'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 풀리면 뭐하나···DSR 강화에 '반감'
내달부터 연소득 2~3배 신용대출 가능 DSR 강화·금리 고공행진···대출한도 '뚝' DSR에서 제외된 전세대출 차주엔 '숨통'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내에서 2~3배로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한층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아래에서는 한도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채·금융채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금리가 무섭게 뛰고 있는 상황도 한도 확대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던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이달 말 종료될 것으로 보이면서 시중은행들도 한도 확대를 위한 시스템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발맞춰 지난해 8월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배 이내'로 제한했었다. 행정지도가 일몰되면 신용대출을 기존처럼 연소득의 최대 3배까지 내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신용대출 한도 확대 혜택을 볼 차주는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부터 총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선 DSR 40%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총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게 된다. 신용대출을 연소득의 2~3배 받을 수 있도록 길이 열리더라도 정작 DSR 규제에 막혀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5000만원인 A씨가 신용대출로 연소득의 2배인 1억원(금리 4.5%·1년만기·일시상환)을 대출받고자 할 때, DSR은 49%로 규제 기준인 40%를 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다른 대출이 없는 상황임에도 A씨는 연소득의 2배 만큼의 돈을 빌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한도는 더 줄어든다. 금리가 오른 만큼 원리금상환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긴축 등의 여파로 금리가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은행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6개월물 금리는 지난 13일 2.279%를 기록했다. 지난 10일(2.229%)과 비교하면 주말 새 금리가 5bp(1bp=0.01%p) 오른 것이다. 이달 1일(2.186%)과 비교해서도 보름 새 금리가 9.3bp 올랐다. 시장금리 상승분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그만큼 갚아야 되는 이자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신용대출 외 주담대 등 다른 가계대출을 보유하고 있다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도 급격히 떨어진다. 글로벌 긴축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일제히 발작하고 있어서다.
주담대 혼합금리(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3.959%로 10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금리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가 8.6%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14~15일(현지시간) FOMC에서 기준금리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을 겨우 안정시켜 놓고 신용대출을 풀어주겠다는 것은 결국 DSR을 통해 대출규모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 제도적으로 마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 한도를 늘려준다고 한들 원하는 만큼 다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이번 신용대출 한도 완화 조치가 전세대출 차주에겐 희소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수요로 분류되는 전세대출은 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한도를 모두 채운 세입자의 경우 연소득의 2~3배 내에서 신용대출을 추가로 빌려 전세 보증금 상승분을 메울 수 있게 된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다음달 말에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채우기 때문에 8월부터 보증금이 대폭 오르는 전세대란이 예상된다"며 "신용대출을 크게 막아놨던 과거와 비교하면 보증금이 올라 급하게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들에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