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더십 검증 물건너가나···국회 파행에 김주현 청문회 불발 가능성

이달 30일 청문회 시한···내달 금통위가 '데드라인' 여야 대립 속 국회 원구성 지연···기약없는 청문회 3高 경제위기 속 금융당국 수장 공백 부담 커

2022-06-20     김현경 기자
김주현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여야 간 국회 원 구성 협상이 3주째 불발되면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첫 금융위원장이 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긴축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다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다음달 14일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최종 시한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정치·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하반기 원 구성이 다음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 구성이 다음달로 넘어가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오는 30일 전까지 열려야 할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열리지 못하게 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국회가 기간 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또다시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를 채택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 내에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청문회 없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청문회법에 따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는 오는 30일 전까지 채택돼야 하지만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윤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 시점을 최대한 늦췄을 때가 다음달 10일인 점을 고려하면 김 후보자에 대한 최종 인사청문 기한은 늦어도 다음달 중순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여야 간 대립으로 원 구성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김 회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 위해선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정무위원회) 구성이 필요하지만 양측은 국회의장단 선출에서부터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금융위원장에 임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선 금융위원장들 가운데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사례는 없었다.

특히, 김 후보자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달리 야당의 반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큰 논란이 없던 김창기 국세청장도 지명 한 달 만인 지난 13일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김 후보자의 경우 민간 금융협회장에서 금융당국 수장으로 이동하는 데 대한 이해충돌 문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뇌물사건에 연루된 한강에셋자산운용에서 3개월간 임원으로 근무한 이력 등이 청문회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박순애·김승희 후보자에 비하면 비교적 무난하게 넘어갈 것이란 게 업계 예측이다. 박순애 후보자는 음주운전 논란, 김승희 후보자는 부동산 갭투자·정치자금 사적 사용 의혹 등으로 야당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침체,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 금융시장 부진 등 경제위기 앞에서 금융당국을 이끌어갈 차기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도 윤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이다. 코스피·코스닥 등이 연저점을 기록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 수장 공백에 따른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장 공백이 장기화되면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수장 임기가 만료됐거나 공백인 금융공공기관 인선도 멈추게 된다.

올해 상반기까지 정무위 소속이었던 여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7월 14일이 사실상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데드라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준금리라는 거시금융을 갖고 서민·취약계층 지원, 채무재조정, 대환 등 미시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금융위에서 해야 하는데,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금융리더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야당의 저항을 받을 수 있겠지만 금융위기 앞에서 금융당국 수장이 없다는 게 더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