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애그플레이션 내년까지 지속···기대인플레에 영향"
BOK이슈노트···최근 애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 하방경직성 큰 가공식품·외식 가격에 체감물가↑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식량가격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물가도 내년까지 상당한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곡물가격 급등세가 물가상승압력을 높이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애그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 논고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 등 국제식량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곡물가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 비중이 높은 소맥(밀), 옥수수 등의 공급차질 우려가 확산돼 큰 폭으로 뛰었다. 유지류 및 육류가격도 수출제한과 사료용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아울러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바이오연료의 생산 전환 등 구조적 요인까지 맞물리며 국제식량가격의 높은 수준이 상당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 지수는 올해 3월(159.7) 중 곡물과 유지류를 중심으로 크게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4~5월 지수 수준은 다소 내려오기도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또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한은은 이같은 국제식량가격 상승이 국내 식료품(농축수산물·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가공식품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하반기 중 오름세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외식물가도 오름세가 과거 급등기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고 있으며,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와 맞물려 물가상승 확산세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농축수산물가격은 국내 요인 영향이 커 상승률이 높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2020~2021년 중 크게 높아진 수준이 유지되는 등 실제 상승률에 비해 체감물가는 높은 편이었다. 또한 돼지고기 등 축산물가격이 재차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특히 한은은 가공식품·외식 가격은 하방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들 품목 대다수가 구입빈도도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 품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체감물가 상승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