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발주 급증에 카타르 본계약도 착착···LNG 핵심 장치도 '기지개'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발주가 크게 늘면서 조선사 뿐 아니라 보냉제 등 핵심 장치 제조사들도 분주해지는 분위기다.
근래 들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LNG 수입이 크게 늘고 있는데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안보 불안이 겹치면서 관련 시장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날 조선·해운 시장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들어 한국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글로벌 발주량은 이달 20일 기준 94척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지난해 연간 기록 85척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여기에 추가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추가 수주 소식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클락슨리서치 집계 기준일 이후인 이달 22일 삼성중공업이 14척의 LNG 운반선을 수주를 한 것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LNG선 발주량은 108척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이 체결한 14척의 LNG운반선 본계약은 회사의 공식적 확인은 없지만 카타르 프로젝트가 확실하다는게 조선 업계의 시각이다. 수주금액으로는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2020년 6월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의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에너지(카타르페트롤리엄/ QP)는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와 100척이 넘는 LNG 운반선 건조 슬롯 계약(가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국내 조선 3사가 각각 45척, 중국 후둥중화가 16척 등 총 151척에 달하는 계약이다.
슬롯 계약은 신조(새 선박)용 도크(건조공간)를 미리 선점하는 것이다. 통상 슬롯 계약을 체결하면 실제 수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2020년 6월과 비교해 후판 등 원자재 가격과 신조선가가 급등하면서 본계약 체결에 문제가 됐다. 올해 5월까지도 카타르 측은 슬롯 계약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본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었다.
국내 조선사들 역시 ‘선가 후려치기’식의 카타르 측 요구를 당시 수주한 100여 척에 모두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그간 고수해 온만큼 최근 본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양측간의 완만한 합의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가 그간의 협상에 대한 성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며 "각 사별, 프로젝트별 협상을 하였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수익성 평가를 하긴 어렵지만 불리한 콘디션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LNG 운반선 시장이 확대되면서 연료탱크용 초저온 보냉자재 등 핵심 장치 공급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29일 동성화인텍은 현대중공업과 ‘LNG운반선 및 LNG추진선용 인슐레이션 패널·멤브레인 시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886억 8125만원으로 2021년 매출 대비 24.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계약기간은 2025년 7월 20일까지다.
아울러 동성화인텍은 현대삼호중공업과 ‘LNG운반선 및 LNG추진선용 인슐레이션 패널·멤브레인 시트’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468억6110만원으로 이는 2021년 매출 대비 40.2%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계약기간은 2025년 2월 4일까지다.
한국카본 역시 30일 현대삼호중공업과 LNG 운반선 화물창용 및 LNG 추진선 연료탱크용 초저온 보냉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1917억5517만원으로 이는 2021년 매출 대비 52.1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계약기간은 2025년 11월 5일까지다.
영하 163도의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LNG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초저온 단열 기술이 핵심인 보냉제가 필수적이다. 기술 수준이 높아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이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한편 조선업계와 증권가는 LNG 운반선의 글로벌 발주량 증가에 이어 카타르 프로젝트 본계약마저 잇따르면서 핵심 장치 산업의 성장까지 견인하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