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취약층 채무조정, 가상자산 투자실패자 대책 아냐"
빚투족 지원 논란에 브리핑 통해 직접 해명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취약계층 채무조정 지원 대책을 두고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8일 "이번 대책은 대다수 빚을 성실하게 갚는 일반 국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대책을 종합적으로 포함한 것으로 주식, 가상자산 등 투자 손해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정상적 채무상환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현재도 이미 채권금융기관, 신용회복위원회, 회생법원 등을 통해 상환유예나 원리금 상환금액 조정 등 채무조정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정부의 지원조치도 이같은 기존 제도의 정신과 기본 취지에 맞춰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융지원 제도는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상환능력을 벗어나는 과도한 부채로 취약계층이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125조+α' 규모의 소상공인·청년층 재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프로그램 중 도덕적해이 문제를 유발한 세부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성실 상환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번 대책이 빚을 그냥 탕감하겠다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부채 상환이 정말 어려운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손해자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MF,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왔는데, 그때마다 도덕적해이 문제가 제기됐다"며 "그러나 그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했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이분들을 그냥 청산·파산자로 보기만 하면 나중에 우리경제가 더 큰 사회적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채무조정은 빚투·영끌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누구든지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부실(우려)차주라면 실직, 생계, 학업, 투병, 투자 등 이유를 불문하고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도덕적해이 문제의 핵심 쟁점인 '원금감면'의 경우 새출발기금 중에서도 90일 이상 채무를 갚지 못하는 취약층에 대해서만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을 대상으로는 원금이 60~90% 감면된다. 연체 전이거나 연체 90일 미만 차주에 대해서는 원금감면 없이 만기연장·상환유예·이자감면 등을 지원한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에도 원금감면 지원책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년층에 대해서는 대출만기 연장, 거치기간 부여, 이자감면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또 지원 대상은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취약차주 등으로 엄격히 제한해 도덕적해이를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에 90~95% 이상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요구한 것이 금융회사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답을 내놨다.
이번 프로그램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오는 9월 말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대상 차주의 90∼95%에 대해 자율적으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또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대출자에 대해서도 은행이 최대 10∼20년간 장기분할상환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은 별다른 정부 조치 없이도 통상 기존 대출의 90% 이상을 일상적으로 만기연장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새출발기금, 저금리대환 등 기존 만기연장 지원차주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촘촘히 마련했기 때문에 금융권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차주별 특성에 맞게 만기연장, 상환유예 또는 새출발기금으로 연계조치 하는 등 적절한 대응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