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비트코인 가격···금리인상에도 '바닥론' 고개
지난달 14일 이후 한 달 만에 3000만원 회복 금리인상 완급 조절 가능성에 투자심리 개선 "일시적 반등일 뿐 시장 위기 여전" 비관론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고꾸라졌던 비트코인 가격이 3000만원대를 회복했다. 글로벌 증시 반등과 함께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한층 누그러진 모양새다.
20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1.70% 상승한 3115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빗썸에서는 1.57% 오른 311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14일 국내에선 1년 6개월 만에 3000만원 선이 무너진 후 238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2000만원 중후반대에서 횡보를 이어왔다.
가상화폐의 대장주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면서다. 종전까지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불안감에 위험자산 가격이 급락했다면,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금리인상 완급조절에 대한 기대가 부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말 정례회의에서 '슈퍼빅스텝(기준금리 1.0% 포인트 인상)' 대신 '자이언트스텝(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안도감을,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연말로 갈수록 긴축 싸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일부 가상화폐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년간 예고됐던 이더리움 2.0의 업데이트 계획이 확정된 것도 업계의 호재로 꼽힌다. 앞서 이더리움 재단은 지난 14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2.0 업데이트 예상 시점을 오는 9월19일로 밝힌 바 있다. 업데이트되면 보다 많은 거래 중개가 가능해지면서 대기업 등의 이더리움 활용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회복되고 있는 투자심리는 수치로도 확인 가능하다. 두나무가 제공하는 '디지털자산 공포-탐욕지수'는 이날 기준 68.43점으로, '탐욕'을 나타냈다. 일주일 전 '공포' 수준을 나타낸 것에 비해 지수가 완화된 것이다.
이 지수는 매우 공포(0~20)와 공포(20~40), 중립(40~60), 탐욕(60~80), 매우 탐욕(80~100) 등 5단계로 나뉘어 있다. 이 중 탐욕은 지수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두나무는 가격의 변동성과 거래량이 높아지고 있으며, 단기적인 고점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둔화를 알리는 선행지표인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경우 6개월 이내 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마지막 금리인상 이후 평균 8개월 뒤 금리인하 싸이클로 전환됐다"며 "이로 인해 올해 후반기로 갈수록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 2024년 상반기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 일정, 디파이 시장의 디레버리징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은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반등은 일시적 현상일 뿐, 아직 시장이 위기를 넘겼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가상화폐 투자 관련 업체의 연이은 파산과 거래소들의 인력 감축 등 업계 전반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금리인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FTX 소속 너새니얼 위트모어는 가상화폐가 연준의 금리인상, 거시경제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Fed가 긴축을 멈춘 뒤에야 강세장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