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초강국' 비전 제시···340조 투자·인재 15만명 육성
세제혜택 확대·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2030년 10%로 평택·용인 산단 용적률 490%로 상향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정부가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기업들이 반도체에 340조원을 투자하도록 기술개발(R&D)·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경기 평택·용인 반도체단지의 인프라 구축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고, 산업단지 조성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10년간 반도체 인력을 15만명 이상 양성한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업계는 연내 인력 양성 기관인 '반도체 아카데미'를 설립한다. 이와 함께 시스템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을 현 3% 수준에서 오는 2030년 10%로 높이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화율도 현재 30% 수준에서 50%로 높이는 목표도 수립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 동진쎄미켐의 발안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기업 설비투자 세제지원을 비롯한 ‘투자지원 패키지’를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세운 5년 내 최대 340조원 규모 국내 투자계획을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날 관계 부처 합동 발표장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 이준혁 동진쎄미켐 대표 등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소재, 장비, 팹리스 부문에 이르는 주요 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발표가 이뤄진 동진쎄미켐은 수입에 의존해 온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한 반도체 소재기업이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원래 반도체 같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6~10%인데 이번에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아래 8~12%로 2%p 늘렸다. 대기업 설비 투자도 중견기업 수준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 테스트 장비나 IP 설계·검증 기술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지원 대상도 늘리기로 했다.
추가 지원 여지도 있다. 산업부는 원래 미국발 반도체 공급사슬 재편에 맞춰 반도체 설비투자에 30% 수준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 지원을 추진했으나 기재부와의 협의 아래 일차적으론 현 수준의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지원 확대에 맞춰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의회에선 현재 반도체 설비투자에 25% 수준의 세제지원을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요국이 반도체에 대한 세제지원을) 과감하게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당장은 현 수준의 세제지원 확대도 의미가 있지만 선진국 지원 추이에 따라 우리도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 중인 평택·용인 반도체단지의 전력이나 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 비용도 국비 지원을 추진키로 했다. ‘반도체 메카’인 경기도 지역은 전력 소비가 많고 공급 여력이 충분치 않아 투자 기업이 전력·용수를 끌어올 방안을 직접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산업부는 국내 송·배전을 맡은 산하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와의 협조로 정부 차원에서 비용과 인허가를 지원키로 했다.
기업 설비투자 계획에 발맞춰 크고 작은 규제 해소도 추진한다. 반도체 단지 용적률을 현 350%에서 490%로 최대 1.4배 늘린다. 이렇게 되면 평택 캠퍼스 클린룸을 현 12개에서 18개로 늘릴 수 있다. 용인클러스터의 클린룸 역시 9개에서 12개로 늘어나게 된다. 클린룸당 1000명의 고용 효과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약 9000명의 고용 효과가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노동·환경·인허가 규제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현재 일본 수출규제 품목 R&D에 한해 적용하던 특별연장근로제(주 최대 근로가능시간 52시간→64시간)를 올 9월부터 전체 반도체 R&D로 확대하기로 했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 규제도 연말까지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국제기관 인증 장비는 취급시설 기준 적용을 면제한다. 또 대표 설비 통과 땐 동일 설비 검사를 면제하는 제도 적용 업종을 현 반도체 소자 제조에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 업종으로 확대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개정을 통해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때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인·허가 신속처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외 정부는 반도체 인력난 해소와 시스템 반도체 및 소부장 부문 R&D 지원 확대 계획을 이번 전략에 담았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을 현재 3% 수준에서 오는 2030년 1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는 2024~2030년 전력반도체 4500억원, 차량용 반도체 5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사업을 추진하고 AI 반도체 분야에 2029년까지 1조2500억원을 지원한다.
또 국내 팹리스(설계 전문기업) 30곳을 '스타 팹리스'로 선정해 기술개발, 시제품 제작, 해외 판로 확대 등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소부장 자립화율은 현재 30% 수준에서 2030년 50% 수준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소부장 R&D 중 9% 수준인 시장선도형 기술개발 비중을 내년부터는 20%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제2판교(약 5천평), 2024년 제3판교 테크노벨리(약 1만평), 2026년 용인 플랫폼시티(약 3만평) 등의 반도체 소부장 클러스터 구축도 차질없이 진행한다.
민관 합동으로 3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펀드를 조성해 내년부터 소부장 기업 혁신, 팹리스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반도체 인력난 해소와 관련해서는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전문인력을 15만명 이상 양성하기로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내년에 반도체 특성화대학원을 신규 지정하고 교수 인건비, 기자재, R&D를 집중 지원한다.
비전공 학생에 대한 반도체 복수전공·부전공 과정(2년)인 '반도체 브레인 트랙'(brain track)도 올해부터 30개교에서 운영한다.
산업계도 인력 양성에 나서 연내 반도체 인력 양성 기관인 '반도체 아카데미'를 설립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이곳에서 대학생·취업 준비생·신입직원·경력직원 등 대상별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 5년간 3천600명 이상의 현장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민관 공동으로 내년부터 10년 동안 3500억원 규모의 R&D 자금을 마련해 반도체 특성화대학원과 연계한 R&D를 지원해 우수 석·박사인재를 육성한다.
반도체 기업이 기증한 유휴·중고장비를 활용해 실제 현장 수준의 교육 및 연구환경도 조성하고 중소·중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10개 소부장 계약학과도 설립한다.
산업부는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동진쎄미켐, 반도체협회 등과 반도체 산학 협력을 위한 4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이런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정부는 기업이 해외 반도체 우수인력 유치 시 제공하는 소득세 50% 감면혜택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창양 장관은 “산업 현장이 계속 진화하듯 이번 정책 발표도 반도체산업 발전전략의 완결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관련 대책을 보완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