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상반기 순익 9조···KB-신한, 리딩뱅크 '초접전' (종합)
이자이익 20조 육박···모두 최고치 갈아치워 금리상승·주가하락에 은행 '효자'·증권 '부진' 우리 '약진', 하나 앞서···'금리압박' 부담커져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4대 금융그룹이 나란히 호실적을 써내려갔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냈고,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2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달성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이자이익이 대폭 확대된 영향인데, 이를 두고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과 '예대금리차 축소'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합산 기준 8조96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8조906억원)보다 10.8%(8756억원) 늘어난 규모다.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2조7566억원(전년 대비 11.4%↑), 2조7208억원(11.3%↑)의 순이익을 냈다. 최근 몇 년간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던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상반기 순이익 차이는 300억원으로 크게 좁혀진 상황이다. 여기에 2분기 개별 순이익만 놓고 보면 KB금융이 1조3035억원, 신한금융이 1조3204억원으로 신한금융이 소폭 앞서고 있어 두 그룹의 실적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3위 자리를 둘러싼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상반기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7274억원(1.4%↓)으로 1조7614억원(24.10%↑)의 순이익을 기록한 우리금융에 3위 자리를 내줬다.
우리금융의 경우 순이익 개선폭이 가장 컸는데, 은행 비중이 높은 것이 금리 상승기를 맞아 장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고 1분기 특별퇴직 등의 비용이 발생한 영향으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순이익은 전년 수준을 상회했다고 하나금융 측은 설명했다.
이번 호실적의 일등공신은 단연 이자이익이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개선됐다. 은행들이 코로나19로 이미 가계대출 자산을 많이 불려놓았던 데다 올해 들어 기업대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자이익이 대폭 늘었다.
4대 금융은 상반기 이자이익만 18조8671억원을 벌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15조8319억원) 대비 19.2%(3조352억원) 늘어난 규모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KB금융 5조4418억원(18.7%↑) △신한금융 5조1317억원(17.3%↑) △하나금융 4조1906억원(18%↑) △우리금융 4조1030억원(23.5%↑) 등이었다.
이자이익이 늘면서 핵심 계열사인 은행 순이익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7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2.8% 증가한 1조6830억원, 하나은행은 9.6% 늘어난 1조3736억원, 우리은행은 21.5% 증가한 1조554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금융그룹들이 이자이익을 대거 벌어들이면서 고객을 대상으로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만큼 예대금리차 축소, 취약계층 금융지원 확대 등의 사회적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냈기 때문에 당국도 금융권에 지원을 요구할 명분이 생겼다"며 "압박 강도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금융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떠오른 증권사의 경우 주식시장 침체에 올해 들어서는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금융을 제외한 3대 그룹 증권 계열사의 당기순이익은 모두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그룹 증권 계열사별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보면 KB증권이 18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4% 줄었고, 신한금융투자도 41.4% 줄어든 277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도 49.6% 줄어든 13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4대 금융 임원진들은 상반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복합경제위기 상황에 대비해 리스크관리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을 대폭 늘리는 한편, 분기배당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4대 금융 모두 2분기 배당을 결정한 가운데, 주당 배당금은 △KB금융 500원 △하나금융 800원 △우리금융 150원 등이다. 신한금융은 다음달 이사회를 통해 배당금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