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제약사, NASH 치료제 개발 경쟁

선두 주자 한미약품, 한·미서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 임상 2상 실시 LG화학·일동제약, 미 FDA서 신약 후보물질 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

2022-08-31     김현경 기자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제약기업들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체로 임상1~2상 단계에 머물러있으며, 일부 기업에선 특정 후보물질의 NASH 치료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한미약품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간 생검(liver biopsy)으로 질환이 확인된 NASH 환자들을 대상으로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LAPSTriple Agonist)의 위약 대비 치료 유효성, 안전성, 내약성을 확인하는 임상 2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단일 표적 경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삼중 작용제다. 구성 성분 중 하나인 글루카곤은 직접적으로 지방간을 줄이고 섬유화를 억제한다.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항염증 작용을 하는 위억제폴리펩티드를 동시에 활성화 해 지방간과 염증, 섬유화를 동시에 막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를 NASH 치료를 위한 패스트트랙(Fast Track)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30조원대 글로벌 시장 형성이 예측되는 NASH 영역에서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혁신성 덕에 게임체인저 잠재력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비만이 동반된 비알코올성 지방 환자 대상 임상 1상에선 자기공명영상-양자밀도 지방비율(MRI-PDFF) 검사를 통해 3개월 이내에 대부분 환자에게서 30% 이상 지방간 감소 효과가 있었다.

LG화학과 일동제약은 미국 임상 1상시험에 나선다. 올해 3월 LG화학은 FDA으로부터 중성지방 합성 효소 DGAT-2 활성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간에서의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NASH 치료제 후보물질 LG203003의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임상 1상은 미국에서 건강한 성인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동반한 성인 88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LG화학은 약물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하고 흡수와 분포, 대사, 배출 과정을 보는 약동학적 평가도 한다.

LG화학은 NASH 분야에서 기존 항염증 방식의 신약 후보물질인 LG303174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은 연내 미국에서 LG303174 임상 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29일 FDA로부터 NASH 신약 후보물질 ID119031166M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간다.

ID119031166M은 파네소이드 X 수용체(FXR)와 결합해, 해당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FXR 작용제(agonist) 기전 NASH 치료 후보물질이다. 간 내부 지방 축적 및 염증·섬유화와 연관 있는 담즙산의 대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NASH 증상을 개선한다. 세포 내 핵에 존재하는 수용체들 중 하나인 FXR는 간의 지질과 당 대사, 담즙산 생성·배출,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1상에 앞서 생체 외 연구와 질환동물 모델 연구를 통해, 약물 효력과 표적 선택성, 간 섬유화 억제, NASH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임상 1상 목적은 건강한 성인 대상 안전성·내약성·약동학 평가로, 단회용량과 다회용량으로 나뉜 시험을 통해 최대 투여 가능 용량과 예상 유효 용량을 확인하게 된다. 일동제약은 내년 하반기 중 임상 1상 완료를 목표로 한다. 동아에스티의 경우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 DA-1726 비임상 연구에서 NASH 치료제 가능성을 발견했다. 후보물질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치료 효과 측정 기준으로 사용되는 NAS와 간 섬유화, 간독성 지표 및 대사 지표들에 대해 개선 약효를 보였다.

NASH는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에 쌓인 지방으로 간 조직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 간 손상 또는 섬유화를 유발해 간 기능을 망가뜨린다.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지방 축적, 염증, 섬유화처럼 복합적인 이유로 발병하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 난이도가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치료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