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북한 경제, 5년간 뒷걸음질···대외무역 1955년 수준
북한 실질GDP, 2017년 이후 연간 -2.4% 기록 작년 대외무역, 7.1억달러···67년여 만에 '최악' "성장률 1.5%도 어려워···회복과 위기의 기로"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017년 이후 작년까지 5년간 11.4%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고강도 대북 제재를 시행한 것은 물론, 2020년 이후 코로나19 국경 봉쇄 조치로 무역 규모도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5년(2017~2021)의 북한경제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지난 5년(2017~2021년)간 2000년대 이후 회복 국면에서 이탈해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중 북한의 실질 GDP는 연간 2.4% 감소하면서 과거 1990년대(연 -3.1%)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액은 7억1000만달러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실질화했을 때 과거 195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20년 이후에는 북한의 시장화를 대표하던 경공업과 민간서비스업마저 크게 악화됐다.
이는 고강도 대북 제재와 코로나 차단을 위한 국경봉쇄 등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는데, 2017년 채택된 UN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결정적이었다. 결의안의 핵심은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 창출원이었던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에 광업(-10.1%)과 중화학공업(-8.5%)은 이 기간 중 가장 큰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이후로는 코로나 차단을 위한 국경봉쇄 여파로 원자재 및 중간재 등 비제재품목의 수입이 급감하고, 북한내 지역 간 이동도 통제되면서 경공업·기타서비스업 등이 크게 타격받았다. 실제로 최근 2년(2020~2021년) 중 기타서비스업(-10.3%)과 경공업(-5.1%)은 광업(-10.6%)에 이어 가장 큰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은은 "그간 북한 경제는 대외무역 성장과 시장화 진전이라는 두 축으로 성장해 왔는데, 대북제재와 코로나 악재는 이런 성장 기조에 큰 타격을 줬다"면서 "대북제재에 의한 외화소득원 차단, 자본재 수입 금지는 북한의 계획부문 관련 산업의 생산역량을 크게 후퇴시켰고, 코로나 차단을 위한 국경봉쇄는 시장 부문의 경기를 위축시켰다"고 평가했다.
최근 5년간 북한 경제가 △주요 산업의 타격 △경제적 고립 심화 △주민들의 후생수준 악화 등 심히 어려운 상황을 겪었지만, 고난의 행군으로 알려진 1990년대 경제위기 상황보다는 양호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북한 내 동원 가능한 자원의 한계로 인해 생산량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향후 북한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현 북한 경제 체제의 특성상 북한 향후 잠재성장률은 넉넉히 잡아도 1~1.5%를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북한은 코로나 확산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다시 교역을 확대하고 다양한 방식의 외화획득을 모색할 것이다. 하지만 가용자원의 부족, 자본 노후화 심화, 낮은 기술수준 등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