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기술주 반등 오래 못갈것···펀드 자금 속속 이탈"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올해 들어 미국 뉴욕증시의 하락장을 주도하는 기술주들이 반짝 반등했지만, 여전히 전망은 어둡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기술주 하락세 멈춤 현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6일까지 7거래일 연속 떨어져 2016년 이후 최장기 하락한 뒤 사흘간 급반등했다. 그 결과 지난주 나스닥을 비롯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나란히 3주 연속 이어진 주간 단위 기준 하락세를 멈췄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주 하락세 멈춤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신문은 진단했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WSJ는 먼저 투자자들이 기술주 중심의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 2월 초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탈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시장정보업체 레피니티브 리퍼의 집계 결과 최근 3주간 투자자들은 이 펀드들에서 약 24억 달러를 뺐다. 올해 들어 나스닥 지수가 23% 급락하는 등 기술주가 다른 종목들보다 더 부진한 것은 채권 시장의 심리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미 국채금리 상승이 기술주들의 미래 현금흐름을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크게 하락한 기술주들이 아직도 비싼 상태라고 평가한다.
시장정보업체 데이터트렉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엔비디아의 평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8배에 달했다. 이는 S&P 500 기업의 평균 16.7배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PER이 높을수록 그만큼 해당 주식이 고평가된 것으로 인식된다.
BNY멜론 투자운용의 제이크 졸리 선임 투자전략가는 WSJ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파이팅 모드'에 들어갔고 경제적역풍이 예상된다면, (기술주들의) 이런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은 오는 13일 발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더라도 연준은 일단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기술기업들의 향후 실적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기술주의 하락 반전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정보기술 섹터와 통신서비스 섹터의 3분기 이익 전망치는 지난 두 달간 각각 9%, 13% 급락했다.이들 섹터의 실적 전망은 S&P 500 전체 부문을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와 같은 반도체주가 최근 가장 심각한 하방 압력에 직면했다고 WSJ은 전했다. 두 회사 주가는 지난 한 달간 나란히두 자릿수 대 하락을 겪었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30일 투자자 노트에서 "경기침체와 재고 누적을 고려할 때 10년 만에 최악의 반도체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5% 추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기술주가 이미 바닥을 찍었거나 근접했기 때문에 이제는 매수를 검토해볼 시점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이 기술주 반등에 베팅하면서 저가 매수에 나선 덕분에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가 6월 초 이후 하루 최대 순유입을 기록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인하 전환으로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더 좋은 성과를 냈던 2019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최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