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PI 쇼크에 원·달러 환율 1390원 돌파···13년5개월여만
꺾인 인플레 '피크아웃' 기대에 금융시장 '패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개장부터 1390원을 뚫어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간밤 예상보다 높았던 미국 소비자물가 충격에 '슈퍼 달러'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90원을 돌파했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73.6원)보다 19.4원 급등한 달러당 1393.0원으로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9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1일(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이다. 이로써 지난 7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88.4원)도 3거래일 만에 뚫어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위험회피 심리로 지난 3월(2일 1205.5원) 1200원을 돌파했다. 1년 9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한 환율은 상반기 내내 상향 돌파 기조를 이어갔고, 6월(23일 1301.8원)에는 13년 만에 1300원까지 뚫어냈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간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동월대비 8.3%)가 시장 예상치(8.0%)를 크게 웃돌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탓이다. 이는 곧 미국이 더욱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졌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소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심지어는 '울트라스텝'(1.00%p 금리인상)에도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쏟아졌다.
미 CPI 발표는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3대 주요 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3.9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4.32%) △나스닥지수(-5.16%) 등이 일제히 급락했다. 또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 역시 전날 107선을 오르내렸으나, 하루 만에 1.5%가량 뛰어 109.9선까지 올라섰다. 일일변동폭으로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가 달러당 1400원을 뚫어낸다면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