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공포에 韓 금융시장 '검은 수요일'···주가 급락·환율 급등

코스피·코스닥 장중 2~3%대 '뚝'···外人·기관 순매도 연준 1%p 금리 인상 가능성↑···시총 상위株 동반 급락 원·달러 환율 장중 1395.5원···국고채 금리 일제히 상승 

2022-09-14     남궁영진 기자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성준 기자] 미국발(發) 악재가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장중 2~3%대 뒷걸음했고, 원·달러 환율은 13년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끝에 1390원대를 돌파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부각하며 투자심리가 한껏 위축된 형국이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38.12p(1.56%) 내린 2411.42로 사흘 만에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날보다 59.07p(2.41%) 하락한 2390.47에 출발한 뒤 초반 낙폭을 확대하며 2380선 초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후 하락세가 둔화되며 2400선을 되찾았다. 

투자주체별로 기관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2394억원, 외국인이 1642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개인은 홀로 38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비차익거래 모두 매도 우위로 총 1772억46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미국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올라 전달 기록한 8.5%보다는 낮아졌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치인 8.0% 상승을 웃돌았다.

CPI 발표 이후 9월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1%p 인상할 가능성이 30% 이상으로 상승했다. 여전히 금리를 0.75%p 인상할 가능성이 60% 이상으로 우세하지만,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 인상)'보다 더 강한 긴축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충격 여파에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5~6% 폭락, 2020년 6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해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면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bp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각하면서 기술주가 특히 낙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건설업(-2.89%)과 서비스업(-2.48%), 보험(-2.28%), 철강금속(-2.01%), 전기가스업(-1.95%), 의약품(-1.91%), 섬유의복(-1.89%), 금융업(-1.65%), 전기전자(-1.55%), 유통업(-1.53%), 기계(-1.52%), 통신업(-1.51%), 제조업(-1.41%), 증권(-1.32%), 화학(-1.23%), 운수장비(-1.04%) 등 대부분 떨어졌다. 비금속광물(1.42%), 종이목재(0.27%)은 상승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하락 종목이 우세했다. 대장주 삼성전자(-2.24%)와 SK하이닉스(-1.90%), 삼성바이오로직스(-1.55%), LG화학(-0.30%), 현대차(-1.00%), NAVER(-3.56%), 기아(-1.23%), 카카오(-2.71%) 등이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0.30%), 삼성SDI(1.99%)는 올랐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721곳)이 하락 종목(167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43곳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86p(1.74%) 내린 782.93으로 사흘 만에 하락 마감했다. 전장보다 20.86p(2.62%) 내린 775.93에 출발한 지수는 초반 3%대 이상 하락하며 770선 초반까지 밀렸지만, 이내 낙폭을 만회하며 780선에 안착했다. 

원·달러 환율도 물가 충격에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1400원선을 위협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1376.7원)보다 17.3원 급등한 1390.9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1390원을 돌파한 것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30일(1391.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9.4원 오른 1393.0원으로 개장한 뒤 장중으로는 1395.5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미 개장가부터 지난 7일(1388.4원) 기록한 연고점을 3거래일 만에 돌파했으며,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지난 2009년 3월31일(1422.0원) 이후 가장 높았다.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 역시 전날 107선을 오르내렸으나, 하루 만에 1.5%가량 뛰어 109.9선까지 올라섰다.

이 역시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를 꺾어낸 미국 CPI 발표에 따른 것으로, 연준의 더욱 강력해진 긴축 기조를 반영한 결과다. 다만 이날 환율은 개장가보다 오름폭을 소폭 되돌린 채 장을 마감했다. 이는 그간 상향 돌파 움직임이 상단을 지속해서 뚫어온 만큼, 환율이 1390원대에 진입했지만 1400원까지 올라서는 데에는 '롱(매수) 심리의 지지력이 약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도 개장과 함께 급락한 뒤 낙폭을 일부 되돌렸고, 엔화·위안화도 장중 오름폭을 소폭 되돌린 채 마감했다. 엔화는 달러당 144엔을 웃돌며 급격한 약세를 보였고, 이에 일본 외환당국은 강력한 구두개입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달러·엔 환율은 개입 직후 0.89% 급락해 143엔대 거래됐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현재는 환율의 상단이 어디인가를 점검하기보다 1400원 상단에서 외환당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를 점검해야 한다"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달러당 1400원선이 깨질 경우 외국인들의 추가적인 달러 롱베팅에 나설 수 있다. 이는 곧 오버슈팅 구간을 만들어 재차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계산으로 당국이 환율 수준을 어떻게 보고, 개입하는 시점을 어느 때로 잡을 것인지에 따라 (환율의) 상단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고채 금리도 장단기를 불문하고 일제히 올라섰다. 앞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13일(현지시간) CPI 충격을 반영해 장중 3.794%까지 치솟았고,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날 10년물 금리도 3.460%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4.9bp 올라선 3.585%를 기록했다. 단기물인 2년물도 8.3bp 뛴 3.623%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5년물 3.619%(2.3bp) △10년물 3.651%(3.1bp) △20년물 3.510(0.4bp) △30년물 3.488%(0.2bp) △50년물 3.435%(0.9bp) 등 중·장기물도 일제히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