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환율 일방적 쏠림에 적극 대응···필요 시 단호한 조치"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일방적인 쏠림 현상에는 적극 조치를 취하고, 필요 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같이 밝혔다. 추 부총리는 "아시다시피 환율은 늘 시장 상황을 따라가는데, 필요한 때에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최근 달러 수요자는 선매수하고, 매도자는 매도를 미루는 현상들이 있다"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요한 순간에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엄격히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기존 2.25~2.5%에서 3.00~3.25%로 0.75%p 인상했다. 5회 연속 금리인상에 나선 것은 물론,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상황이 이렇자 세계 주요국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20년 만에 111선까지 치솟았고, 원·달러 환율도 이날 개장과 함께 장중 달러당 1400원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외환시장 안정과 관련해 "최근 우리 펀더멘털에 비해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나 달러인덱스보다도 더욱 과도하게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과거에는 우리 환율만 절하되는 그런 상황이 더 있었지만, 현재 환율은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는 것을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는지를 객관적으로 보고 비교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대외건전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한미정상회담으로 과도하게 관심이 많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며 "그 부분(통화스와프)에 관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고, 제가 그에 대해 말씀드릴 입장도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보도와 관련해 "협의 중인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추 부총리는 외환보유고 감소와 관련해서는 "외환보유고는 대외불확실성이 클 때 쓰기 위해 비축해두는 것"이라면서 "달러 강세에 따른 기술적 요인으로 외환보유고 평가에 있어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현재는 위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무역수지·경상수지 등과 관련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경상수지가 우려스려운 수준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한 두 달 사이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상황도 지난달보다 나아진 모습도 있고, 무역수지 개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단기적으로 볼 것은 아니며, 긴 호흡에서 넓은 시계로 종합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