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늬'만 고금리 대책

2022-09-23     이진희 기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만 몇 달 새 두 배나 올랐다.", "대출이자 갚느라 없던 병도 생기겠다."

최근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곡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누구든 큰 고민 없이 대출을 알아보던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이한 차주들은 금리인상 공포에 밤잠을 설칠 정도다.

실제로 금리인상 속도는 어느 때보다 가파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3회 연속 단행하면서 현재 6%대인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변동형 주담대 금리 모두 7%선을 돌파하는 게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중앙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짙어진 터라 일각에선 주담대 금리가 연 8%를 뚫어낼 가능성도 높게 점친다. 이래저래 앞으로 대출 이자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가령 기존에 4억원을 연 4%이자율(30년 만기, 원리금균등)로 빌렸을 경우, 차주가 매달 내야하는 돈은 190만원 정도다. 그러나 금리가 7%로 치솟으면 월 상환액은 266만원, 금리를 8%로 가정하면 294만원까지 불어난다. 월급의 대부분을 빚을 갚는 데 써야하는 셈이다.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빠르게 오르긴 마찬가지다. 이런 금리 상승 여파는 취약계층에게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 시대에 빚으로 무리하게 집을 샀거나 주식·코인에 투자한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이라면 체감하는 '이자 공포'는 더욱 클 터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새 정부도 금리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안심전환대출이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최저 연 3.7%의 장기 고정금리로 바꿔주도록 마련한 상품으로 차주는 이자 부담 경감을, 정부는 변동금리 비중 축소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혔다.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조건 탓에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출이지만, 지원 대상이 현재 '시세 3억원 이하 주택'으로 묶여 사실상 수도권에선 혜택을 기대하기 힘들다. 곳곳에서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금리인하요구권 공시도 '줄세우기'란 지적과 함께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까다로운 은행의 심사 문턱을 넘더라도 대상 상품이 제한적인 데다 이자 감면율 자체가 워낙 낮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금리상승은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방치하기 어려운 한은 입장에선 가계부채 등을 우려해 연말까지 25bp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런 때일수록 시장에 필요한 것은 실수요자의 충격을 줄여줄 수 있는 정교한 대책이다. 정책에 있어 예측 가능성과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약한 곳을 파고드는 금리 인상의 충격이 사회 전반의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당국의 노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