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반토막'···눈높이마저 낮아지는 '네카오', 바닥은?
시총 상위주 중 가장 큰 낙폭···올해만 시총 65조 증발 "긴축 우려에 성장 둔화 지속" 증권가 잇단 비관 전망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끝 모를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며 연초 대비 주가가 절반 이상 고꾸라졌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언택트주로 크게 각광받던 당시와 판이한 흐름이다. 글로벌 긴축 가능성에 따른 성장성 둔화 우려에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반등 재료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눈높이를 낮추는 추세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장 대비 3500원(2.16%) 떨어진 1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5만5000원으로 또다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달 들어 7거래일 만에 18.1% 급감했다. 지난해까지 주가가 37만8000원으로 시가총액 순위 3위에 자리했지만, 올 들어 무려 58.1%의 낙폭을 기록, 9위로 내려앉았다. 이 기간 시총은 62조926억원에서 26조원으로 36조원가량 증발했다.
카카오도 전날보다 5.12% 하락한 4만73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달부터 상승 마감한 날은 4거래일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에 빠져있다. 지난해 말 11만2500원으로 시총 순위 5위에 올랐지만, 올 들어 가파른 하락세로 58% 급감해 12위로 밀려났다. 이 기간 시총은 50조1508억원에서 21조637억원으로 29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시총 상위 종목들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미국발(發) 긴축 우려가 이어지자 성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날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미래 가치를 현재로 환산해 평가되는 성장주는 금리 인상기에 할인율이 높아져 주가 뒷걸음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네이버는 최근 미국판 당근마켓 '포시마크' 인수 이후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루고,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는 등 개별 이슈가 악재로 작용하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문제는 향후에도 이들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선 반등은커녕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네이버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가 보고서는 이달 들어 10개에 달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면서 "네이버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의 밸류에이션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낮아졌지만 매크로 환경을 감안하면 소위 성장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시마크 인수로 글로벌 커머스 사업 확대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현재 영업적자로 인해 실적에는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여기에 외부 경기에 민감한 광고와 커머스 사업의 성장률 둔화까지 나타나고 있어 올해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카카오의 경우 자회사들의 실적과 지분가치 등을 이유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72%)와 카카오페이(-80.3%), 카카오게임(-61.6%) 등도 최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올 3분기 카카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1조8918억원, 영업이익은 0.8% 늘어난 169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김진우 연구원은 "카카오의 자회사 지분가치 할인이 지속되고 있고, 현재 상장된 종속사의 지분가치 할인율도 기존 30%에서 50%로 인상됐다"며 "자회사 가치 하락과 목표 멀티플(배수) 하향을 반영,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37% 낮춘 6만3000원으로 제시한다"고 했다.
다만 수익성 개선이 지연됐지만, 장기 성장 잠재력을 보유해, 주가 반등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SK증권은 네이버의 포시마크 인수가 단기 실적에는 부담이지만, 장기 투자방향성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최관순 연구원은 "인수 이후 포시마크의 탑라인 성장성이 재확인된다면 멀티플 상향 요인"이라며 "네이버의 현재 주가는 회사의 높은 성장잠재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수준으로 내년 영업이익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됨을 고려한다면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의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한 성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고, 연내 일부 서비스는 새롭게 공개할 예정"이라며 "그간 서비스 다변화와 수익화를 선보여 왔던 카카오의 저력을 기대할 만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업황 부진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하락이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점에서 '매수'의견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