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이자지급' 부담에도 은행권 잇단 신종자본증권 발행, 왜?

신한銀, 3100억 규모로 발행···우리금융지주도 참여 '빅스텝'에 채권 투심 '뚝'···고객유치 '고육책' 불가피 고금리·안정적·월이자 '3박자'에 자산가들 수요 커

2022-10-18     김현경 기자
18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경기둔화 우려에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들이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매달 이자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선 부담이 큰 상품임에도 채권 투자심리가 악화되다보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종의 고육책을 마련한 것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신한은행 등은 이달 월 이자지급식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이미 신한은행은 지난 17일 3100억원 규모의 월 이자지급식 신종자본증권을 연 5.70% 고정금리로 발행했다. 이는 기존에 진행했던 수요예측 금액 2100억원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5일 3000억원 이내 규모에서 월 이자지급식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이를 위해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는데, 결과에 따라 발행규모와 금리가 최종 결정된다. 최근 은행권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5% 중반대에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우리금융의 신종자본증권 금리도 비슷한 수준에서 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다른 은행권도 월 이자지급식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건전성 규제를 받는 은행권은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길어 영구채로 불리는데,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건전성 강화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선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건전성을 높일 필요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수요도 크게 줄었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 17일 기준 은행채 5년물(AAA등급) 신용스프레드(국고채 5년물과의 금리차)는 75bp(1b=0.01%p)로, 올해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초(25bp) 대비로는 3배 상승한 수준이다. AA+, AA, AA- 등급도 각각 82bp, 110bp, 133bp를 기록해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채권 발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자금조달 환경이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신종자본증권 수요를 못맞출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면서 은행들이 투자자 유치를 위해 '월 이자지급식' 상품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3개월 혹은 1년마다 이자를 지급하거나 만기 때 한꺼번에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이언트스텝, 빅스텝 기조라서 국채 대비 채권 신용스프레드가 많이 올라간 상태고 은행채, 금융채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채 발행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며 "같은 금리였을 때 당연히 매월 이자를 주는 상품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자 신종자본증권을 월 이자지급식으로 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월 이자지급식 신종자본증권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만기가 길지만 금리가 5%대로 3~4%대인 예·적금보다 높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월 이자까지 받을 수 있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은행 신종자본증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신한은행의 이번 신종자본증권(금리 5.7%)을 예로 들면, 판매 수수료 등을 빼고 투자자가 실질적으로 받게 되는 금리가 5% 초반대라고 했을 때, 투자자가 2억원을 투자하면 매달 약 80만~90만원 가량을 이자로 받을 수 있게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통상 신종자본증권은 기관에서 도매로 받아가서 PB센터나 VIP창구에서 리테일로 판매하는 구조"라며 "고액을 넣어놓으면 매월 상당한 금액을 이자로 받을 수 있어 최근에는 자산가들의 관심이 굉장히 많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