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수료 인하…시장은 '냉담'

2008-05-17     박선현
일부대형사 인하..."대외 이미지용" 지적 
출혈 경쟁 우려 추가 인하 가능성 희박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유관기관의 위탁매매수수료 인하분을 대형증권사들이 잇달아 반영하고 있다. 이달 초, 증권업협회가 증권사들에게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것을 권고할 때까지만 해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대외 이미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증권사들이 “출혈을 감수하고 수수료 경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당분간 추가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수수료 인하폭을 확대하지 않고 유관수수료 인하분만큼만 적용한 것은 고객의 입장보다는 자사의 '피해막기'만 급급한 게 아니냐며 그 의미를 폄하하고 있다.

■증권사들, 수수료 수익에 문제없다(?)
지난 13일, 삼성증권은 업계 처음으로 유관기관의 20% 위탁매매수수료 인하분을 반영, 주식·선물·옵션 거래에 대해 온라인의 경우 0.08∼0.50%에서 0.078∼0.498%로, 오프라인의 경우 0.50%에서 0.498%로 변경했다. 현대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도 수수료 인하에 동참했다. 업계에서는 대형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나선 만큼 다른 증권사들도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영복 현대증권 마케팅본부장은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 혜택을 고객들에게 바로 돌려 드리기 위해 수수료율 인하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수료인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1억원 거래시 1868원 꼴밖에 되지 않기 때문. 이마저도 유관기관의 수수료 인하분 만큼만 반영한 것이어서 실상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한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투자하기보다 쉽고, 빠른 수익이 확보되는 브로커리지 시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이번 인하 폭은 업계입장에서는 출혈경쟁 방지라는 차원에서는 올바른 처사였지만, 투자자들은 입장에서는 전혀 체감되지 않는 수수료 인하를 가지고 증권사들이 난색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신규 증권사들의 행보 ‘관건’
지난달, 하나대투증권이 0.015%로 수수료 인하 때까지만 해도 대형증권사들은 출혈경쟁을 조장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번 인하에서도 대형증권사들은 출혈경쟁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단호히 내비쳤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들의 추가인하 가능성도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위탁매매수수료 비중이 높은 중소형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동참하게 되면 재무상 타격이 불가피 하기 때문. 따라서 시장에서는 신규 증권사들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수수료 인하 마케팅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한다면 수수료 인하경쟁에 다시 불이 붙을 수도 있기 때문.
이에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신규증권사들은 처음부터 적극적인 투자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브로커리지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브로커리지가 곧 재정 기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를 마케팅 전략으로 구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선현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