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대출금리에 기름 부은 레고랜드 사태···은행채 금리 '들썩'
채권금리 급등에 은행 신용대출 금리 8% 앞둬 내달 기준금리 인상 유력···주담대도 고공행진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신용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융채 단기물 금리가 치솟고 있다. 주요 은행권의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모두 연 5%를 넘어섰고 최고금리도 7%를 돌파했다.
글로벌 긴축에 대출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금리까지 급등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7일 은행채(무보증·AAA) 6개월물 금리는 4.424%로 전일보다 7.3bp(1bp=0.01%bp)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1월 2일 4.5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해 1월 3일(1.591%)과 비교하면 280bp 이상 올랐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혔음에도 채권금리 불안정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채 6개월물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를 기준으로 삼는 은행 신용대출 금리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미 주요 은행권에서 연 4%대 신용대출 상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5.45~7.24%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4% 중반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금리가 2%p 넘게 오른 것이다.
최근의 채권금리 급등은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에 돈줄이 말라붙은 데다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은행채를 대거 발행한 탓이다. 은행들은 한층 강화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맞추고 폭등한 기업대출 수요를 맞추고자 지난달부터 고금리 은행채를 대량으로 발행했다.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7조4600억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레고랜드 여파로 안 그래도 얼어붙은 채권시장에서 안정적인 고금리 은행채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자금시장 변동성은 더 커졌다. 이후 정부는 은행권의 유동성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업권에 은행채 발행 최소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에도 단기물 금리 급등현상이 이어지는 등 시장이 안정화되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게 시장 진단이다.
채권시장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신용대출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 문제는 글로벌 긴축 기조에 다음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금리상승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단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5.18~7.499%(5대은행 기준), 고정(혼합)금리는 연 5.55~7.431%다. 주담대 최고금리가 이미 7%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어 연내 8% 돌파는 시간문제란 시각이다. 내 집 마련 등을 위해 주담대와 신용대출까지 모두 빌린 영끌족들의 이자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충격이 워낙 컸다. 금융은 신뢰가 기반인데, 무너진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며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를 한국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건데, 현재로선 대출금리가 올라갈 요인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