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뉴삼성' 선언 미루는 이재용 회장
이 회장 1일 창립기념식 불참···한종희 "어려울 때 진짜 실력"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맞는 삼성 창립 기념식이 이태원 참사로 조용하게 치러졌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재용 회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일각에서 예측했던 '뉴삼성' 경영 비전과 같은 메시지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선언은 이태원 참사 애도 분위기 등을 고려해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고, 내년 초 신년사나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다만 12월 연말 인사 등과 함께 삼성그룹의 차기 방향성을 가늠할 청사진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1일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3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계획했던 내부 축하 공연을 취소하고,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기념식을 시작했다. 또 삼성전자는 서울 성수동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마케팅 행사 '핼러윈 미식파티'를 취소하고, 스마트싱스 일상도감 광고 캠페인 중 고스트 편 노출도 중단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창립 기념사를 통해 "어려울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발휘된다"며 "삼성전자의 저력과 도전 의지를 바탕으로 또 한 번 새롭게 변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한계 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새롭게 성장하고 △고객 중심으로 핵심 경쟁력을 재정의하며 △지속가능경영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소통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 나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새로운 기회 영역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메타버스 등에서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신사업 기회를 창출해 성장 모멘텀을 확대하자"며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친환경 기술혁신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자"고 말했다.
당초 지난달 27일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이날 창립 기념식에서 삼성의 방향성을 가늠할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됐지만, 이태원 참사에 조용히 보내는 것으로 일갈됐다.
창립기념일이 다소 차분하게 진행됐던 만큼, 재계에선 '뉴삼성' 선언 등의 굵직한 경영 방향성이 언제쯤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3일은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면서 그동안 공석이었던 사외이사가 채워지고 나면,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는 수순만이 남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그러나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없고, 이 안건 상정은 내년 3월 정기 주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년 초나 이 회장이 등기 이사에 오를 내년 3월 전에 뉴삼성 선언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오는 12월 산적한 과제 해결을 위한 고강도 인사 단행과 함께 경영 비전을 일부 내비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은 연말에 주요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며 글로벌 경영에 주력할 예정이다. 회장 취임식도 따로 고려치 않았던 만큼,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 등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등에 위치한 사업장을 살피고 현안을 점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경영을 통해 조용히 뉴삼성 비전을 세우는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1969년 1월3일 태동한 삼성전자는 1988년 11일1일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하면서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정했다. 창립기념일이 같은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도 각각 창립 49주년과 10주년을 조용하게 보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