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연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제재안 처리"

9일 은행장 간담회···금융시장 안정 논의 "한전채 물량 분산···은행 대출로 돌려"

2022-11-09     김현경 기자
김주현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안을 최대한 올해 말까지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례회의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안을 먼저 논의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가진 직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제재안을 이날 상정한 배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정리할 건 빨리 빨리 연말 가기 전에 하나씩 정리하자는 생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 라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해당 징계안이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손 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는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손 회장이 그에 앞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금감원 중징계를 취소해달란 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위는 법원의 판단을 먼저 받아본 뒤 제재 안건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손 회장이 원안대로 금융위에서 문책경고 제재를 받으면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제재안이) 너무 지체돼 있다고 국회에서도 지적이 있었다"며 "지금 시장이 어렵지만 핑계 대면서 모든 걸 다 미뤄줄 수는 없으니까 저희가 해야될 걸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손 회장에 대한 제재안과 더불어 유사한 금융사 CEO 제재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사모펀드 사태로 징계를 받은 금융사 CEO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박정림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김형진·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등이다.

최고 신용등급(AAA)인 한전채 발행 현황과 관련해선 "한전채를 채권시장에서 다 조달하기 시작하면 서로 다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분산시키고 일부는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문제를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시장이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라서 전에 나오지 않던 한전채가 갑자기 나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공사채를 포함해 은행채, 지방채까지도 분산을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가 번복하면서 시장 혼란이 커졌고, 금융당국이 사전에 개입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선 "대응 과정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하고 항상 플랜B를 갖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안 하겠다고 발표했고, (시장에)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저희가 '흥국생명은 괜찮은 회사'라는 보도자료를 냈던 것"이라며 "해명이 안 될 경우에 대해 준비한 게 있었는데, (시장 혼란이 커지면서) 조치해 9월 콜옵션 행사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흥국생명) 대주주가 증자를 하는 형식으로 해서 재무건전성도 해결하고 유동성 문제도 해결하고, 대외적인 신뢰도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대외적인 어떤 여건에 굉장히 민감하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예측된 상황이 아닌 것은) 조금 더 긴장해서 대응을 신속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 돌발변수 등장시 매번 당국이 개입하는 데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 위원장은 "어느 정도 누구든지 개입하게 되면 거기서 왜곡이 나올 수밖에 없어 시장은 스스로 돌아가게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상황은 시장이 스스로 돌아가기에는 조금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에 금감원과 시장 상황을 매일 체크해가며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