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 우려에 은행 예대율 추가 완화···"신규자금 8.5조 공급 효과"

퇴직연금 차입·원화 유동성비율 규제 '3월까지' 금융지주 계열사 간 신용공여 한도 10%p 완화

2022-11-28     이진희 기자
추경호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은행 예대율(예금과 대출금 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금융권에 대한 추가 유동성 지원 조치에 나섰다. 이번 규제 유연화 조치로 은행권은 8조5000억원가량의 추가적인 대출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채권시장 부담 완화를 위해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9조5000억원 규모에서 3조8000억원 규모로 대폭 축소하고,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등 시장안정조치도 추진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정부는 최근 금융시장이 국내외 통화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 등으로 주가 상승, 금리·환율 하락 등 변동성이 다소 완화된 가운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예상 수준에 부합하면서 시장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단기자금시장 중심으로 여전히 어려움이 있고, 은행권으로의 자금이동 등 업권별 자금조달 여건 차별화도 애로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연말까지 주요국 물가지수 및 금리결정 발표 등 주요 이벤트가 남아있고, 부동산 경기 부진과 연말 결산 등에 따른 자금수급 변화 등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예대율 여력 확보를 위해 은행 예대율 규제를 추가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대출, 관광진행개발기금 대출 등 11종류의 대출을 예대율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앞서 당국은 은행 예대율을 100%에서 105%로 완화한 바 있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백브리핑을 통해 "최근 예대율이 높아져 금융권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자금에 대해 예금과 대출 모두 제외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이런 요청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11가지의 정책자금 대출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2조8490억원), 관광진행개발기금(1조8024억원) 등 이들 대출이 제외될 경우 예대율이 0.6%포인트(p) 축소돼 8조5000억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와 함께 당국은 은행채 발행 재개도 검토 중이다. 권 위원은 "사모사채, 공모사채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돈을 쓰는 데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고, 은행채 역시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계열사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자회사간 신용 공여 한도도 내년 3월말까지 10%p 완화한다. 자회사의 다른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가 10%에서 20%로 확대되고, 총 신용공여 합계는 20%에서 30%로 늘어난다.

퇴직연금 자금 이탈 문제 대응을 위한 차입규제도 완화한다. 퇴직연금 특별계정 차입한도가 현재 10%로 적용되고 있으나, 내년 3월말까지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여전사의 경우 원화 유동성 비율을 10%p 완화하고, 여신성 자산대비 PF익스포져 비율을 내년 1분기까지 한시적으로 풀어준다. 채무보증 이행 증권사의 NCR(순자본비율) 위험값도 신용등급·부실화여부·보유기간 등을 감안해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권 위원은 "내년 1분기 말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 완화 조치를 원복할 건지, 연장할 건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날 정부는 채권시장 수급 안정 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 달 국고채 발행 물량을 9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하는 한편,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이 은행권과의 협조 등을 통해 채권발행 물량 축소, 시기 분산, 은행대출 전환 등을 추진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장·기업 유동성 개선을 위해선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프로그램 등 정책지원 프로그램의 매입여력을 확대한다. 채안펀드 1차 캐피탈콜(3조원)에 이어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탈콜을 실시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 관련 비우량 회사채, A2등급 CP 등에 대한 추가 지원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한은은 채안펀드의 2차 캐피탈콜 출자 금융회사에 대해 환매조건부채권(RP)매입을 통해 출자금의 50% 이내로 최대 2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산은·기은·신보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증권사 CP매입, 증권사 및 건설사 보증 PF-ABCP 프로그램 등을 신속하게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연말 자금상황 개선을 위해 다음 달 중 한은 RP 매입도 확대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