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손대더니 중도상환수수료까지···'생색내기·관치' 볼멘소리

당·정, 6일 취약층 금융부담 완화 협의회 개최 "5대 은행 취약차주 중도상환수수료 1년 면제" "대상 적어 실효성은 낮고 은행 자율성만 훼손"

2022-12-06     김현경 기자
성일종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권이 저신용자 등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최대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글로벌 긴축 기조로 대출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더 낮은 금리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해 이자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다. 취약차주 부실 리스크가 경제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기 전 선제적으로 방어한다는 복안도 담겼다.

다만, 이번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조치로 혜택을 볼 취약차주가 많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당정이 정의한 지원 대상을 살펴보면 신용등급이 은행 고객군에 포함되기엔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금리상승기 자금 쏠림현상을 빌미로 은행 금리결정권을 제약하더니 이제는 중도상환수수료까지 간섭한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생색내기용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6일 오후 국회에서 서민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당정협의회를 열고 은행권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을 빌린 차주가 만기 전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패널티'다.

당정은 최근 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더 낮은 금리로의 대환대출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중심으로 취약차주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를 6개월~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원 취약차주는 신용등급 하위 30%, 코리아크레딧뷰로(KCB) 7등급 이하, 코로나19 사전 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적용 대출자 등이다.

최종 지원 대상은 각 은행이 추가 검토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할 예정으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이달 중 마련된다.

현재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적용 대상 규모가 구체화되진 않았으나 소규모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은행권에서 나오고 있다. 당정이 밝힌 지원 대상 △신용등급 하위 30% △KCB 7등급 이하 △코로나19 채무조정 등에 해당되는 고객군이 은행에 많지 않을 뿐더러 대환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어서다.

이들 취약차주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는 물론 대출 원리금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일텐데, 다른 은행에서 부실리스크를 지닌 취약차주를 떠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위 30%에 해당하는 고객이 일단 은행에 많지 않을 뿐더러 리스크가 높아 어차피 대환대출도 안되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필요한 케이스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실효성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관치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조치가 정치권과 정부의 요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예금·대출금리 상승폭을 제한하라 요구하면서 관치 압박을 키웠던 터라 이번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조치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은행은 자금운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한다. 수십년짜리 만기의 대출을 대출자에게 내주고 이에 맞춰 자금을 운용하는데, 중간에 대출이 상환되면 자금운용 계획이 틀어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이를 방지하고자 중도상환수수료라는 일종의 '패널티'를 대출자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취약차주 지원이라는 명목이지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자체는 시장 원리를 훼손하는 조치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금리가 더 낮은 상품이 나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갈아타는 대출자가 많아질 경우 이에 따른 손실은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30~35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을 고객에게 빌려준다고 했을 때 해당 자금에 대한 자금운용 계획을 은행이 세우게 되는데, 만약 고객이 자금을 조기에 상환한다고 하면 은행도 자금운용 계획을 또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중도상환수수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과 고객이 약정으로 정하는 건데, 외부 개입으로 면제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맞는지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