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엔 원통형 배터리가 대세?···테슬라에 물어봐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배터리 제조사의 기술력이 점차 상향 평준화하면서 향후 배터리 시장 판도는 전기차 인기에 달렸다는 시각이 업계에 팽배하다. 특히 최근 시장은 '승자독식' 형태를 보이고 있어 어떤 형태의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가 대중의 선택을 받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홍콩 리서치업체인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 점유율 1위는 중국의 BYD였다. BYD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과 순수 전기차(BEV)를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한 35만4000대 이상(전체 점유율 16.3%) 판매했다. 대부분 중국에서 판매됐다.
이어 테슬라가 25만4000대 이상(11.7%) 판매하며 2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미국 판매량은 늘었지만 중국 판매량이 줄어 27% 성장하는데 그쳤다.
3위는 중국의 우링(4.7%), 4위는 BMW(3.8%), 5위는 폭스바겐(4.3%) 등의 순이었다.
전기차 판매량은 배터리 셀 제작형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중국 전기차는 주로 각형 배터리를 탑재한다. 이 때문에 2분기 각형 배터리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0%(35GWh→70GWh) 증가했다.
반면 테슬라가 사용하는 원통형은 16.67%(12GWh→14GWh), 파우치형은 15.79%(19GWh→22GWh)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대로만 보면 각형 배터리가 완벽하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EU에서는 올해 2분기 총 44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이 중 판매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르세데스-벤츠(9.2%)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이어 원통형과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BMW가 9.1%로 2위에 올랐다. 뒤이어 폭스바겐(6.2%, 각형), KIA(5.8%, 파우치형), 아우디(5.6%, 각형) 순이었다.
관건은 자동차 왕국이라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분기 약 44만2000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순수 전기차(BEV)는 약 19만7000대가 판매됐는데 이 중 66%(약 13만대)가 테슬라였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이는 배터리 점유율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을 제외한 배터리 업체별 판매 실적은 테슬라에 원통형 배터리를 납품하는 LG에너지솔루션(12.4GWh)과 파나소닉(10GWh), CATL(8.7GWh)이 1~3위를 모두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경우 다른 완성차 업체와도 제휴를 맺고 있지만, 파나소닉의 경우 순수하게 테슬라 공급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디지털 시장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만큼 향후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독식하면, 배터리도 원통형 위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점유율은 57%에 이른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은 여러 브랜드가 난립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프트웨어(SW)에서 강점을 보인 애플 한 브랜드로 고착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전기차도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소프트웨어(SW) 역량이 커진 만큼, 수 년 전부터 기술을 쌓아온 테슬라에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원통형 배터리의 점유율 증가로 이어지고,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원통형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전기차 시장은 아직도 초기 단계라 이처럼 단언할 수는 없다. 기존 세계 내연기관차 업체들이 모두 전기차 생산체제로 전환하고 있고,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맞으면 현재보다 저렴하고 대량 양산되는 전기차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모빌리티 관계자는 "미국에 출시될 전기차의 모델 수가 현재 48개에서 2025년 159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완성차 업체의 새로운 모델 중 일부는 테슬라 지배력에 도전할 것"이라며 "테슬라의 점유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향후 출시될 전기차 모델의 인기에 따라 배터리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아직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기 전이고, 향후 여러 종류의 전기차량이 출시돼 선택권이 넓어질 것을 고려하면 어떤 형태의 배터리가 우위에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