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돈맥경화'에 금융불안지수, 위기단계 진입
11월 금융불안지수 23···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치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등 원인···선별적 지원 필요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금융스트레스지수로 불리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를 넘어, 코로나 펜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요국 통화긴축 강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레고랜드발(發) 신용사건이 가세하며 채권·단기자금 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크게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은행은 '2022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중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일부 금융시장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며 10월 FSI가 23.6, 11월 23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24.7) 이후 최대치다.
FSI는 금융안정 관련 실물·금융 부문의 20개 월별 지표를 표준화해 산출한 지표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 등을 나타낸다. 통상 8 이상이면 '주의', 22 이상이면 '위기' 단계로 구분한다.
당초 FSI는 2020년 4월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반등했다. 올해 3월(8.6) 들어 주의단계에 진입했으며, 9월(19.7) 들어 위기 단계에 임박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11월 들어 정부와 한은의 시장안정화조치에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위기단계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해당 상승세가 단기 금융불안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1년 3개월간 기준금리를 0.5%에서 3.25%로 2.75%포인트나 인상하는 초강수를 단행했다. 이에 민간신용 증가 억제, 기초경제여건‧자산가격 간 괴리 축소 등 금융불균형이 완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해 2분기(58.5)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1분기(51.9%) △2분기(47.4%) △3분기(44.9%) 등 40 중반대에 안착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측은 "경제주체의 위험선호 약화 등으로 그동안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축소됐다"며 "금융부문의 양호한 복원력 등에 힘입어 중장기적 취약성은 다소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리인상기를 맞아 신용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 등 우발적 신용사건으로 국지적 자금시장 위축 현상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회사채 및 CP 신용스프레드가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을 이어가는 미국 등에 비해 더 크게 상승했다. 또한 주택경기 둔화 전망이 확산되면서 부동산 관련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극도로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한은은 △취약 가계‧자영업자 및 한계기업의 부실위험 증대 가능성 △부동산가격 조정에 따른 가계‧기업 재무건전성 저하 △비은행금융기관 복원력 저하 등이 현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과 맞물려 금융부문의 스트레스를 높아지고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증대됐다"며 "우선 취약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계속하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민간부문의 자구노력 유인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책당국은 시장 유동성 사정 악화로 인한 국지적 자금시장 경색 발생시 금융시장별 시장안정화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또한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신용리스크가 금융기관간 연계를 통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관계기관들은 상호 공조를 통해 리스크 조기 식별 및 초기 대응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