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세계는 지금 '헤어질 결심', 시장변화가 가장 큰 위기"
21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송년 기자간담회..."법인세 획일적 인하 대신 업종별 높낮이 생각해봐야"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질문에 "창업이라는 도전 했을 것"
[서울파이낸스 김승룡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최근 세계 경제 복합위기와 관련해 "이미 거의 모든 나라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라) 누구하고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지금은 시장의 변화가 가장 큰 위기"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의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하나였던 글로벌 시장이 쪼개지다 보니, 내 것을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고, 시장 변화가 좇아온다"며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다 보니 변화의 파고가 크고, 형태도 달라 무역과 수출 위주인 우리가 소화하기 어렵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암울했던 코로나 터널을 회복하는데 새로운 복병이 들어오고 있다"며 "시장 변화의 위기가 단순한 복병이 될지 팬데믹 같은 쇼크를 줄지 걱정스러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기와 쇼크는 계속 올 것이고 쇼크를 견디면서 살아나가는 게 우리 체질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올해는 쇼크를 견디는 체력을 비축하는 데 경험과 대책을 쌓는 한해였다"고 했다.
최 회장은 "예전처럼 시장에서 (가격이) 싸기만 하면 통하던 것과는 차별화가 시작됐다"며 "솔직히 우리 기업은 웬만한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쫓아가겠지만, 문제는 내부다. 내부에서 통일성을 갖고 한 몸이 돼 움직이면 잘 대처하는 것이고, 박자가 안 맞으면 자꾸 불협화음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 사회, 세대, 지방 등의 문제는 어느 나라나 안고 있다"며 "세상 변화에 맞춰 제도, 시스템과 국민이 얼마만큼 이해해서 빨리 흡수해 적응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엔 정부에 시장 변화에 따른 맞춤형 정책을 중점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시장이 변했으니 맞춤 정책이 뭐가 돼야 하는지, 변한 시장을 어떻게 맞춤으로 들어가야 할지 정책적으로 연구하고 거기 맞는 정책을 준다면 기업하는 사람들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계가 법인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그는 "법인세를 인하하지 말라고 하는 건 전혀 아니지만, 그냥 무차별적으로 다 인하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하는 생각은 있다"며 "(업종에 따라) 높낮이를 어떻게 가져갈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 회복·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미국과 안보 동맹도 중요하고 넘버원 경제파트너인 중국을 소홀히 하고 배척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G2 갈등이 심해지면 주변국은 더 결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역대급 고용 한파 우려에 대해선 "고용 콘셉트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똑같은 직업과 형태를 만들어 고용을 계속 창출하라고 하는 건 문제"라며 "획일화 고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유연성을 갖춰야 고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 관계 대립도 고용이 유연해지면 사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인 특별사면 요구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일반적으로 경제인도 해주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은 있지만, 어쨌든 대통령이 뭔가 결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재벌 문제를 소재로 한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만약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제가 지나온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디 가서 주식을 뭘 사야 할지 잘 알겠지만….(웃음) 저는 아마 창업이라는 도전을 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