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도체 한파에 삼성전자도 '감산' 택할듯
반도체 한파 속 재고 多, 실적 '뚝' SK하이닉스 등 업계 이미 감산 시작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 실적에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이들이 수요 균형을 위해 감산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린다.
특히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삼성전자가 이달 말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자연적 감산'이라는 선택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3분기부터 감산을 시작한 SK하이닉스도 1분기 적자 전망에 또 다른 감산 대책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적 하락이 예고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대한 감산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발표했다. 당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감산은 전체 팹(공장) 내에 유입 수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데, 팹 간의 제품 재배치를 통해 효율성을 올리겠지만, 단기적으로 감산에 준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일부는 이미 적용돼서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보다 설비투자 규모를 50% 가량 줄일 예정이다.
이 와중에 미국의 마이크론은 지난해 3분기 7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30% 줄어든 80억달러(11조4000억원)로 줄이고, 설비 투자 또한 50% 축소하겠다고 앞서 밝혔다. 마이크론에 이어 낸드플래시 3위권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도 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30% 줄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10월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현재 미주총괄)은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감산 계획을 묻자 "현재로선 감산 논의는 없다"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라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반도체 업계에서 감산을 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함인데,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삼성전자가 감산을 하지 않으면 가격이 더 떨어져 업계 모두가 죽는 치킨게임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최대 약 46.1주에 달하는 재고일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재고자산이 57조319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6% 증가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여전히 하락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평균 판매가격이 올해 1분기 13~18% 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약 20% 가량 가격이 하락한 지난 4분기(20~25%)보다는 완화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하락세에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D램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올해 1분기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인위적 감산 대신 '자연적 감산'이라는 선택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의 최적화와 차세대 제품 공정 전환 등을 진행하면서 인위적인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지 않았지만, 공정전환으로 자연스럽게 최근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남대종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고가 지속될 것이므로 적극적 생산 조정이 필요하다"며 "재고 증가는 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이 되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보다 하락폭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