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회장, 내부? 외부?···이원덕·박화재·임종룡·조준희 등 하마평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포기'···"세대교체 흐름 동참" '10여 명' 롱리스트 비공개···관전 포인트는 '낙하산 논란' '내부 출신' 기류 우세하지만 거물급 외부 인사들도 거론 27일 숏리스트 거쳐 최종 후보는 2월 초쯤 발표될 전망

2023-01-18     이진희 기자
(사진=우리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손태승(63)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우리금융을 이끌 차기 회장 후보군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손 회장이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포함될 것이란 시각도 있었으나, 이제 차기 회장 레이스는 크게 내부와 외부 인사로 나뉘어 속도감 있게 전개될 전망이다.

현재 내부에선 이원덕(60) 우리은행장과 박화재(61)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이, 외부에선 임종룡(63)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68) 전 기업은행장 등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손 회장이 사실상 당국의 압박에 연임을 포기한 가운데, 이번 우리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외풍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날 오후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를 선정했다. 롱리스트는 내·외부 인사 10여명으로 꾸려졌다.

30여명에 달하던 차기 회장 후보 범위가 10명 안팎으로 좁혀진 만큼, 임추위의 내·외부 인사검증과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후보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2차 후보군(숏리스트)은 오는 27일 확정되며, 최종 후보는 2월 초쯤 발표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날 선정된 롱리스트는 10명 내외"라면서 "후보들에 대해서는 헤드헌팅사에서 본인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얻어 레퍼런스 체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1차 후보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당장 업계는 관전 포인트를 '내부 대 외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당국의 관치 논란과 외부 출신에 대한 노조 반발이 심하다는 점에서 일단 내부 인사 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당국의 압박으로 손 회장의 연임이 무산된 상황에서 낙하산 논란을 무릅쓰고 외부 인사를 앉히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임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견을 공식화한 손 회장도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후임을 내부 인사에게 맡기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농협중앙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된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낙하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중 하나로 거론된다.       

조준희

이와관련 내부 인사로는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사장이 거론된다. 이들은 외부 출신에 대한 노조 반발을 잠재우면서도 내부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이 행장은 1962년생으로, 충남에서 태어나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한 그는 우리은행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장, 우리금융 전략부문 부사장, 수석부사장 등을 거친 '전략통'으로 불린다. 지난해 3월엔 우리은행장에 취임, 그룹 내 이인자로 꼽히기도 한다.

1961년생인 박 사장은 광주상고를 나온 '상고 출신'이다. 한국사이버대 경영학과, 동국대 대학원 부동산학과를 졸업했으며, 주택금융사업단 부장, 서초영업본부장,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거쳐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까지 올랐다.

이 외에도 권광석(59) 전 우리은행장, 박영빈(68)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황록(66)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정원재(63) 전 우리카드 사장, 남기명(64) 전 우리은행 총괄부문장, 장안호(62)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등 전·현직 내부 출신들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편 외부 출신 인사의 선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몇몇 거물급 인사들의 지속적으로 이름이 거론된다. 손 회장의 용퇴가 오히려 외부 인사 기용 기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역설적 시각이 깔려 있다. 손 회장의 퇴진이 거듭된 당국의 압박과 무관치 않은 만큼, 내친 김에 외부 인사가 치고 들어오기 용이한 조건이 만들어진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외부 인사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임종룡 전 위원장은 1959년생으로, 오리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한 뒤 2013년 NH농협지주 회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1954년생인 조준희 전 행장의 경우 1980년 중소기업은행에 입행한 후 IBK기업은행장에 올랐다. 퇴임 후 YTN 대표이사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선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다만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에 오를 경우 관치 논란이 거세게 일 수 있다. 관치·낙하산 논란은 앞서 NH농협금융 회장에 이석준(63)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불거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우리금융 과점주주에 연락을 취할 정도로 우리금융 회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당국의 의지가 강했다"면서 "현 정권에서 외부 인사를 얼마나 강력하게 미느냐와 우리금융이 외풍을 막아낼 수 있는지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