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빈대인 회장, BNK금융 '구원투수' 될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2년 만에 BNK금융으로 돌아오는 빈대인(62) BNK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다음달 주주총회를 거쳐 본격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BNK가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는 빈 내정자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첫 번째 과제는 김지완 전 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조기 사임한 데 따른 조직 혼란을 추슬러야 한다.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유독 'CEO 리스크'가 잦은 BNK금융이란 오명을 씻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도 시급하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임기를 5개월여 앞두고 조기 사임했다. 재임기간 동안 김 회장의 자녀가 근무하는 증권사에 특혜성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해당 증권사가 BNK금융 계열사에서 발행하는 채권 인수단으로 선정된 후 채권을 대량 인수하는 등 특혜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지난 2017년 BNK금융 회장에 오른 김 전 회장은 2020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BNK금융에서의 CEO 불명예 퇴진은 김 전 회장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엔 1대 회장인 이장호 회장(2011~2013년)이 이영복 엘시티(LCT) 회장에게 부산은행 대출을 알선해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2대 회장인 성세환 회장 겸 부산은행장(2013~2017년)도 자사주식 매입 권유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부당채용을 지시하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 받고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빈 내정자(당시 부산은행 부행장)는 성 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후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으며 조직을 추슬렀던 경험이 있다. 당시 보여줬던 위기관리 능력이 BNK금융 회장으로 내정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다음달 이후 새롭게 내정될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도 호흡을 맞춰 빠르게 '빈대인호(號)' BNK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주요 계열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BNK캐피탈에 대한 CEO 선임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오는 13일 1차 후보군으로 압축한 후 다음달 2차 후보군을 압축,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그룹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도 이뤄내야 한다. BNK금융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지만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은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금융그룹으로서 내실을 다지고 외형을 키우려면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BNK금융의 실적을 세부적으로 보면 그룹은 지난해 81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7910억원)과 비교해 2.4% 증가한 규모로 지주 설립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각각 4558억원, 2790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그룹 호실적을 견인했다. 금리인상 수혜를 입은 BNK캐피탈도 전년 대비 28.4% 증가한 171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면, BNK캐피탈을 제외한 주요 비은행 계열사는 모두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주식시장 침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환경 악화를 방어하는 데 실패했다. BNK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50.6% 감소한 57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BNK저축은행과 BNK자산운용은 적자 전환해 각각 38억원, 1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동안 영업 일선 등에서 보여준 빈 내정자의 경영능력을 봤을 때 산적한 과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인물이란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빈 내정자는 지역색깔이 강한 금융사에서는 드물게 학연·지연 없이 능력 만으로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이다.
부산은행에서 비서팀장, 경영혁신부장, 인사부장 등 본점 핵심업무를 두루 경험했고 사상공단지점장, 지역본부장 등 영업현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발휘했다. 빈 내정자가 은행의 디지털 업무를 총괄하는 미래채널본부 부행장으로 이동한 후엔 지방은행 최초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부산은행을 대표하는 모바일뱅킹 '썸뱅크'를 출시했고 핀테크육성 프로그램, 생체인식 공인인증 서비스 등도 시행해 업권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이력으로 디지털 중심의 금융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인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빈 내정자는 다음달 열리는 BNK금융 정기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회장에 오르게 된다.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3년이다. 조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동시에 산적한 과제를 빠른 시간 내 해결할 수 있을지, 빈 내정자의 경영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