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자제' 압박에도···SC·씨티, 2300억원 해외 본사 송금
SC제일 1600억·한국씨티 732억 배당 결정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외국계 은행이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2300억원이 넘는 돈을 본국에 보내기로 했다. 최근 은행권 '돈 잔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 당국이 과도한 배당 자제를 요구했으나, 되레 배당 확대를 결정한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전날 정기 이사회를 열고 160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배당은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19년 6550억원, 2020년 490억원, 2021년 800억원을 배당했는데, 이번에 호실적을 기반으로 배당규모를 전년의 2배 수준으로 늘렸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연결순이익으로 전년보다 2622억원(205%)가량 증가한 3901억원을 거둬들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437억원(235.6%) 증가했다.
앞서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15일 정기 이사회에서 732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오는 30일 주총에서 이같은 내용의 배당이 확정되면 4월 중 배당금이 지급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9년 652억원, 2020년 465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으로 당기 순손실을 기록, 배당하지 않았다.
두 은행의 배당금은 사실상 모두 본사로 보내진다.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주주는 미국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으로 미국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곳이다. 지분율은 99.98%다.
이들 은행은 자본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배당 확대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배당 이후에도 BIS자기자본비율 등이 당국의 자본규제 요건을 웃돈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국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요구하는 중이다. 지난달에도 당국은 배당과 관련해 주주환원 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면서도,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주주 외 다양한 이해관계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