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SKB '망사용료' 올 첫 공방···"대가 산정하자" vs "필요없어"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산정과 관련해 올해 첫 공방을 펼쳤다. 이날 양 측은 법정에서 망 이용대가 감정 여부를 두고 의견이 충돌했다.
SKB 측은 망 이용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3자 감정으로 이용 대가의 구체적 규모를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넷플릭스 측은 망 이용대가를 낼 이유가 없기 떄문에 감정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받아쳤다.
29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민사 19-1부는 넷플릭스가 SKB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민사소송 항소심에 대해 8차 변론을 진행했다.
넷플릭스 변호인 측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콘텐츠 사업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 사이의 피어링(트래픽 교환 접속)은 무정산 원칙이 기본이라며 , SKB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증거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은 "전 세계 유수 기관과 전문가는 양사 피어링 방식이 ISP와 CP 모두 이득을 보기 때문에 트래픽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무정산을 기본 원칙으로 본다"며 "SKB가 넷플릭스와 피어링을 통해 막대한 트랜지트(중계 접속)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면서도 피어링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SKB가 넷플릭스와 피어링이 아닌 트랜지트를 하게 되면 트랜지트 비용과 국제·국내 구간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피어링을 함으로써 이득을 보기 때문에 무정산으로 피어링을 하는 것"이라며 "기존 퍼블릭 피어링(다자간 연결) 방식이 적용된 시애틀 인터넷 연결 지점(SIX)에서 프라이빗 피어링(양자간 연결) 방식의 도쿄 BBIX로 연결 지점을 바꿀 떄도 망 이용대가 지불과 관련한 어떤 합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SKB 측은 지난 2015년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당시 SKB와 SK텔레콤이 넷플릭스 측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는데,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고 자의적으로 SIX를 통한 퍼블릭 피어링 방식을 선택했다고 반박했다.
SKB 측은 "퍼블릭 피어링은 기본적으로 이메일이나 첨부파일 등 소량 트래픽에 대한 다자간 연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된 것인데, 당시 넷플릭스가 SKT·SKB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임의로 트래픽을 흘린 것"이라며 "당연히 과부하가 발생했고, 영상 화질 저하 등 국내 가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급한 대로 피어링을 확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넷플릭스 측에서 피어링은 무정산 원칙이 기본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자간 계약과 양자간 계약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국내 법상으로도 소규모 트래픽이 교환되는 퍼블릭 피어링은 대가 지급을 하지 않지만, 양자간 라우터를 연결시키고 대규모 트래픽이 이동하는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산정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SKB 측은 그러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ISP-CP간 유사 거래 사례를 토대로 망 사용료를 산정해보자고 제안했다.
SKB는 국내 ISP가 기업 이용자에 제공하는 '국제 전용회선' 서비스 요금과 국내 ISP가 CP 측에 제공하는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 요금을 통해 망 사용료 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도쿄와 홍콩에서부터 서울 동작·서초까지의 '국제 전용회선 구간'과 최종적으로 이용자들에게 수신되는 '국내 망 구간'을 감정 대상으로 구분했다.
감정 수행 기관으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삼도회계법인 등을 추천했다.
반면 넷플릭스 측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와 넷플릭스의 사례는 전혀 다르다며, 유사 사례가 없기 때문에 감정 과정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 변호인 측은 "피고 스스로가 원고들과 같이 해외에서 피어링을 하는 사례는 없다고 스스로 인정했다"며 "SKB가 광케이블 임차료 등을 사례로 제시했는데, 왜 갑자기 임차료를 산정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넷플릭스 측에 오는 4월 19일까지 감정 방식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SKB가 제안한 감정 방식에 대해 넷플릭스가 의견서를 제출하면 이를 종합해 감정 여부와 방식 등을 최대한 신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9차 변론 기일은 오는 5월 15일 오후 4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