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장기집권 막는다···당국,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안 이달 발표
금융기업 내부통제 강화위해 임직원 책임 규정 '책임지도' 도입 대형 금융 사고 시 CEO에 최종책임 묻는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일각 "지나친 민간기업 인사·경영 개입에 의한 관치 강화" 비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4월 중 금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집권'을 막고, 내부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2일 "이번 달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업계 등으로부터 막바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금융기업의 임원 선임 절차를 개선해 금융지주 CEO의 3연임이나 4연임 등 과도한 '장기 집권'을 방지하는 장치가 마련된다. 또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금융계열사 이사진으로 앉혔다는 비판에 따라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사 임직원들의 업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책임지도'가 처음 도입된다. 불완전 판매나 횡령 등 각종 금융 사고 발생 시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위는 금융사고 시 CEO에게 최종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조만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와 관련해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책임 영역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 부실 등을 사유로 중징계를 받았으나, '징계 근거가 없으니 이를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사 CEO에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처를 할 의무를 부과한다. 다만 책임 범위는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합리적 조치를 취했을 경우 책임을 경감·면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에서 앞서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각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시작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배구조 개선을 빌미로 정부가 금융기업 최고 경영진 인사에 대한 개입과 감시를 통해 결국 '관치 금융'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비금융회사까지 포함하는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소유분산 기업은 소유 지분이 분산돼 있어 이른바 '주인(대주주) 없는 회사'로 불리는 곳들이다. 대표적으로 금융지주사, KT, 포스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소유분산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현재 법령상 비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관련 핵심 사항은 모두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자본시장법 상 지배구조 관련 조항은 없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를 명문화한 '스튜어드십 코드'나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이슈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