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與에 규제와 세제 '제로'로 낮춘 '메가샌드박스' 요청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국회가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적 뒷받침을 해달라"며 규제와 세제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메가 샌드박스 도입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김 대표를 초청해 대한·서울상의 회장단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최근 경제상황은 국제 경제질서 재편과 맞물려 있어 기업으로서는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와 안보가 한 몸이 됐고,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경쟁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들 산업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고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며 "국회가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적 뒷받침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구감소, 지방소멸 등으로 지역경제 위기 상황인데,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나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대한상의는 규제와 세제를 제로(zero) 수준으로 낮춰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뿐 아니라 미래산업, 인구소멸 등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풀 수 있는 메가 샌드박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 샌드박스는 규제혁신에 중점을 둔 기존 샌드박스에서 나아가 금융, 인력, 세제, 연구개발(R&D), 지자체 권한이양까지 확대한 개념이다.
이에 대해 김기현 대표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게 해서는 안 된다"고 화답했다.
그는 "민관이 힘을 합해 기술개발(R&D), 투자, 혁신으로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리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고 있다"며 "민간 부문의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여러 업체와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하는 만큼, 외국의 다른 업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와 세제를 포함한 모든 제도의 전방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수출·생산은 줄고 재고는 늘어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부회장은 조속입법 과제로 ▲기업의 투자·수출 애로 해소 ▲신산업 관련 규제 신속 정비 ▲메가 샌드박스 도입 ▲금산분리규제 개선 ▲경제형벌 완화 등을 여당에 건의했다.
지속추진 과제로는 ▲근로시간 유연화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의원입법 영향평가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신중입법 과제로는 ▲노란봉투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의무 법제화 등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측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