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리퍼'에 꽂힌 이커머스업계, '전문관 강화' 속속 나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대외 경제 여건 악화···가성비 소비 수요 공략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업계가 리퍼비시(refurbish) 제품(이하 리퍼) 전문관 공략에 나서고 있다. 리퍼비시 상품은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진열·미세한 흠집·이월상품 등 제품의 사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일반 판매가 어려운 상품을 새 상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이다.
11번가는 리퍼비시 제품 전문관 '리퍼블리'를 선보였다. 전문몰을 비롯해 각 브랜드 본사·공식 인증점·리퍼 전문 판매자(셀러) 등 약 170곳의 검증된 판매자가 입점 완료했다. 연말까지 리퍼 판매자를 두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순차적으로 진행중인 상품 연동이 마무리되면 약 1500종의 리퍼 상품을 보유한 온라인 전문관이 탄생하게 된다.
11번가는 리퍼블리에서 판매하는 리퍼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판매자·판매 상품의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리퍼블리에 등록된 상품 정보의 정확성·배송 준수 여부·고객 큐앤에이(Q&A) 응대 등 서비스 전반에 걸친 모니터링으로 기준 미달 시 전문관에서 퇴출시키는 페널티 제도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향후 리퍼 상품의 버티컬 커머스(전문몰) 서비스인 리퍼블리 고도화를 통해 리퍼 상품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다.
11번가 관계자는 "공개 시점 170개 판매자 약 600여개 였던 상품 숫자를, 판매자 수 360여곳, 판매 상품 수 1500개로 두배 이상으로 확대해 국내 최대 규모의 리퍼 전문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추가 개발을 통해 각 제품 상태에 따라 등급을 구분해 노출하는 등 리퍼·중고 상품 구매에 필요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티몬 역시 리퍼상품과 소비기한 임박상품 등을 소개하는 '리퍼임박마켓'을 상시 전문관으로 새단장(리뉴얼)했다. 리퍼 가전은 물론 식품·화장품·생활용품에 이르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350여개 상품들을 선보인다.
전구경 티몬 마케팅본부장은 "최근 몇 년 새 리퍼나 전시, 스크래치, 소비기한 임박 상품 카테고리도 다양화되는 추세"라며 "리퍼임박마켓을 필두로 유통의 선순환 구축에 앞장서 기업과 소비자, 환경이 모두 윈윈하는 가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업계가 리퍼 제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며 가성비 소비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RBSI) 지수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의 전망치가 73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9) 대비 낮은 수준이다. 소매유통업경기전망 지수는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소매유통업 경기를 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고금리에 부채상환이 늘고 대출은 어려워 소비 여력이 크지 않은 데다 먹거리 등 생활 물가 수준이 높아 리퍼 제품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