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관리' 경고등 켜진 인뱅···신용대출 낮추고 담보대출 높인다
카뱅·케뱅·토뱅, 시중은행 대비 연체율 상승폭 커 지난해 말 담보대출 비중, 카뱅 51%·케뱅 22% "주담대 취급 확대·신규 상품 출시 등 추진 중"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공격적인 영업으로 몸집을 불려 온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에다 중·저신용 대출 취급을 늘린 영향인데, 높아지는 연체율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건전성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대출 다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용대출 의존도를 줄이고, 주택담보대출·전월세대출 등 담보대출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취급 대상 확대, 금리 인하 등을 꾀하는 모습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49~0.85%다. 케이뱅크의 경우 2021년 말 0.41%에서 지난해 말 0.85%로 0.44%포인트(p) 상승했으며, 카카오뱅크는 0.22%에서 0.49%로 0.27%p 올랐다. 2021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1년 새 연체율이 0.72%로 뛰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연체율 상승폭이 0.03~0.04%p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연체율 상승폭이 시중은행 대비 가파르다. 4대 은행의 연체율은 0.16~0.22% 정도로, 연체율 수준도 인터넷전문은행이 더 높다.
이들 3사의 연체율이 오르는 배경은 지속되는 고금리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이 꼽힌다. 대출금리가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됐을 뿐더러 중·저신용 차주의 상환능력이 악화하자 연체율이 올랐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작년 한 해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공급한 대출 규모는 카카오뱅크가 2조5975억원, 케이뱅크는 2조265억원, 토스뱅크는 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각각 전년 대비 1.5배, 2.7배 늘어난 수준이다.
한동안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점, 금융 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전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당국에 중·저신용 대출 비중 완화를 건의해 왔으나, 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국민과 약속"이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까지 이 비중을 30%, 케이뱅크는 32%, 토스뱅크는 44%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공들이고 있는 전략은 대출 다변화다. 특히 신용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담보부 대출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담보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51%, 22%로, 전년 말에 비해 17%p, 5%p 늘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일부터 아파트에 이어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비대면 방식의 주담대를 시작하기로 했다. 인터넷은행 중 연립·다세대주택 주담대를 취급하는 건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카카오뱅크는 연립·다세대 주택 시세 파악의 어려움을 자체 개발한 '부동산 가치 자동산정 시스템(AVM)'을 적용해 해결했다. 금리도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 17일 기준 연립·다세대 주담대(혼합형) 최저금리는 연 3.53%로, 최고금리도 연 4%대 후반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대출 한도는 10억원까지다.
지난해 아파트 신규 구입자금 대출을 출시한 케이뱅크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금리 경쟁력을 내세우는가 하면,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만 공급해 온 토스뱅크는 빠르면 상반기 중으로 전월세자금 대출을 출시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 출시 역시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은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남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담보대출 비중 확대 등 대출 다변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건전성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