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청약 미달···'옥석 가리기' 심화
"가격·입지 등 경쟁력 중요···할인 분양 등 자구 노력해야"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서울에서만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작년 부동산 시장을 출렁이게 한 기준금리 오름세도 멈췄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상급지인 서울로 시장 수요가 쏠리며 양극화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건설업계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분양한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전국 평균(5.8대 1)의 약 8배에 달하는 46.2대 1을 기록했다. 규제 완화 이후 서울 청약시장 진입 폭이 넓어지면서 서울과 지방 간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서울에서도 분양가와 입지에 따라 분양 흥행 성패 희비가 갈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에서 일반 분양한 아파트 6개 단지 가운데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와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전 주택형에서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등촌 지와인은 4개 주택형 중 1개 주택형이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고 나머지 주택형은 2순위에서 입주자 모집에 성공했다.
반면 엘리프 미아역 2단지는 지난달 25~26일 진행한 1·2순위 청약에서 9개 주택형 중 7개 주택형이 2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고 나머지는 공급 호수만큼 입주 신청을 받는 데 실패했다. 서울에서 공급된 일반 분양 아파트 중 미달이 발생한 첫 사례다. 엘리프 미아역 1단지는 전 주택형이 2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하락 국면에 들면서 청약 통장을 더 신중하게 사용하려는 수요 심리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수요자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서울은 하락세가 주춤하거나 반등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반면 지방은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경쟁력이 크지 않고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장 침체 속에서 가격 민감도가 커졌고 기준치가 떨어진 만큼 기대감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입지, 단지 조건 등 경쟁력을 갖춘 물량이 나와줘야 한다"면서 "서울의 경우 규제 해제로 전매도 이뤄지는 등 분위기를 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방은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시장 상승기에는 전국에서 집값이 오르는 만큼 굳이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지만 하락기에서는 중심지 또는 핵심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수요자들이 신중하고 보수적인 전략으로 투자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미분양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정부가 전면에 나서 지원하기보다는 건설업계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윤 위원은 "정책적으로는 양도세나 취득세 측면에서 수요를 넓히는 방법일 텐데 이미 PF 지원 등 건설사에 대해 금융 활로를 열어준 데다 정부가 현재 직접 개입할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안고 지원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건설경기도 어렵지만 당장은 할인 분양 등 마진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건설사들이 자구책을 모색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도 "미분양 물량이 10만호까지 간다면 심각한 상황일 테지만 2~3월 주춤한 상황으로 정부도 시장을 관망하는 상황으로 현재로선 10~20% 수준 할인 분양을 하는 등 건설사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향후 양극화가 심화하고 지방 미분양이 더 악화한다면 취득세나 양도세 면제 등 지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