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현장 중심' 아버지 경영철학 계승 다짐
고 구자학 창립자 1주기 추모식서 "직원·사람 소중히 여겨 진정한 경영자로 발전할 것"
[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직원과 사람을 소중히 여기셨던 아버지의 경영철학을 계승하여 진정한 경영자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고 지수(智水) 구자학 창립자(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다짐한 말이다.
아워홈에 따르면, 이날 추모식에서 구지은 부회장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은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라며 "아버지가 곁에 계시지 않지만, 남기신 발자취와 말씀을 통해 지금도 항상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1930년 경남 진주시에서 고 구인회 엘지(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구자학 회장은 1950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6·25 전쟁에 참전한 뒤 1960년부터 2022년까지 사업보국(事業報國)에 매달렸다. 1960년 한일은행 창구 업무를 시작으로 울산비료 경리부장, 제일제당 기획부장, 금성판매 전무이사, 금성통신 부사장을 거치며 현장을 경험한 그는 광업제련, 호텔신라, 중앙개발(현 삼성물산), 럭키(현 LG화학), 금성사(현 LG전자), 금성일렉트론(현 SK하이닉스), LG건설(현 GS건설) 등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구 회장은 '남이 하지 않고, 못 하는 것에 집중하는 일이 남을 앞서는 지름길'이란 주문(만트라)을 실천했다. 특히 그는 '창의'와 '모험'을 강조하면서 성과를 냈다. 그가 경영하던 1981년 럭키는 당시 국내에 없던 잇몸질환 예방용 치약(페리오)을 내놨고, 1983년 국내 첫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를 선보였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선 세계 최초로 램버스 디(D)램 반도체를 완성했다. 2000년 창립한 아워홈은 천연 식품 향료(Natural Cooking Flavor)를 개발해 맛의 표준화에 앞장섰다.
구 회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최고 전문가라고 여겼다. 그가 회의에서 임원들한테 자주 하던 말은 "가봤냐, 써봤냐, 먹어봤냐" "실무자가 얘기하고 있지 않냐. 들어봐라" "질문은 끝까지 듣고 해라"였다. 실제로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국내외 14개 물류센터와 10개 공장 설립 부지를 찾아다녔다. 2003년부터 2010년 중반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일본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를 찾아 선진 기술과 설비 국산화에도 힘썼다.
아워홈 쪽은 "1주기 추모식을 통해 직원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격의 없이 소통했던 구자학 회장을 추억할 수 있었다. 고인의 뜻을 이어 창의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시킬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다짐하는 자리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