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보고서①] 원화 '나홀로 약세'···무역적자 지속 영향
작년 8월~올해 2월 원화 변동성, 주요국 대비 두배 이상 15개월째 무역적자에 원화 약세···태국·러시아 등과 유사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해 원화가치가 주요국 통화 대비 극심한 약세를 보인 가운데, 지속된 무역적자가 원화 약세의 주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최근 1년간 급격히 확대된 원화 변동성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원화 환율 변동성 장기평균치는 0.5%포인트(p)로, 글로벌 주요 34개국 평균치(0.62%p)와 중간값(0.58%p) 대비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이는 34개국 중 20위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남미 신흥국들보다는 변동성이 낮지만, 중국·대만·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변동성은 대체로 안정된 흐름을 이어왔다. 이는 동아시아 국가보다는 높지만 여타 국가들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금융개방도와 환율 제도 유연성이 높고, 선진국보다는 금융개방도가 낮은 데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원화 변동성이 장기평균치를 지속 상회했다는 점이다.
최근 미 달러가 극심한 변동폭을 보인 것은 크게 △2022년 8~9월(5.9%) △2022년 11월~2023년 1월(-8.5%) △2023년 2월(2.7%) 등 세 시점으로 요약된다.
해당 기간 주요 34개국의 평균 통화 변동성은 각각 △5.9% △-6% △3%에 그친 반면, 원화 변동성은 △10.2% △-13.5% △7.4% 등으로 34개국 평균치를 두배 가량 상회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중에는 34개국 중 가장 높은 절하율을 기록했다.
이에 한은이 환율 변동폭 확대 배경을 파악하고자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중 급격한 환율 상승폭의 40% 가량이 무역수지 충격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준의 강화된 긴축기조 전망도 절하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이어갔다. 올해 누적 적자액은 271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는데, 5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불황과 함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인한 경기회복 효과가 기대치보다 미흡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대(對)중국 수출은 20.8%나 급감했으며, 수출은 8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그 결과 원화 펀더멘탈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초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됐던 태국, 남아공,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역시 2월 미 달러화 강세 국면에서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절하된 것이 확인됐다.
한은 관계자는 "원화 환율 변화율도 글로벌 이벤트 기간 중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여 왔으나, 최근 여타 통화에 비해 높은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국내 요인에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