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CP 통신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 도입해야"
"미국·EU 등 해외 주요국 망 이용대가 논의 본격화···한국 아직 '지지부진'" "기존 법령에 대한 적극적 해석·개정으로 네트워크 생태계 지속 가능성 강화해야"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통신망을 이용한 것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시장 공정성과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망 이용대가 글로벌 논의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일부 글로벌 CP들이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며 국내 인터넷망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망 투자비용의 일방적 전가는 ISP(망 사업자)들의 투자 위축과 국내 CP들에 대한 역차별을 발생시키는 만큼,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미국, 유럽연합(EU), 브라질 등 해외 주요국의 망 이용대가 관련 입법 동향을 살피며 국내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유럽에서는 지난달 19일까지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는 '기가비트 인프라법' 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을 마치고, 올 하반기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CP들이 망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글로벌 CP들의 적극적 반대에 부딪혀 이같은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두고 벌이는 법정 공방은 2년 넘게 평행선을 걷고 있다. 또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지난 2020년부터 총 7건의 망 이용대가 부과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신 교수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국내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현재의 망 이용대가 분쟁 발생 배경에는 CP와 ISP 간 정산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데 있다"며 "기존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거나 집행력을 강화해 추진할 수 있는지를 재고하고, 기존 법령으로 한계가 있다면 현행 법령의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이용대가 논의의 본질은 이용자 보호와 네트워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며 "CP와 ISP 모두 최종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는 수범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두 가지 목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글로벌 CP들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할 경우 유튜버 등 스트리머(개인 영상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구글 주장에 대해 신 교수는 "실질적인 구글의 망 이용대가 지불 비용을 따져보면 전체 수익의 0.2%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구글이 망 이용대가를 이유로 수익배분 구조를 바꾸는 것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을 맡은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망 이용대가를 토지 사용료와 비교하면서 "인터넷은 완전 민영화를 통해 나오는 사적 망과 공적 망이 혼재되는데, 민간 사업자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운영할 때는 어떤 식으로든 이용 대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ISP와 CP 사이의 이용료 다툼 정도로 치부하지 말고, 망에 대한 구축·관리·운영에 대한 책임과 비용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글로벌 CP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망 중립성'과 관련해 "망 중립성은 인터넷 상의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함으로서 사람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으로 해당 목적 범위 내에서는 존중이 필요하지만, 네트워크에 대한 공공의 이익, 단위 네트워크에 대한 사업자의 영업권, 다른 이용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망 이용대가 법안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전문가와 양측 이해관계자들이 대화할 시점인 것 같다"며 "현재 발의된 7개 법안과 국제 동향 등을 고려해 정책적 입장을 결정하고, 국회 논의와 발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