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전쟁/上] 애플페이 등장에 위기감 느낀 삼성페이···외연확장 안간힘
압도적 오프라인 점유율 등 범용성 앞세워 1위 고수 3월 애플페이 국내 상륙에 긴장···'전략 수정' 불가피 빅테크 제휴부터 마케팅까지···"MZ세대 고객 확대"
지불결제 시장내 간편결제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상륙한 애플페이가 MZ세대 고객들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결제시장의 핵심플레이어였던 카드업권 역시 페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페이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사와 핀테크 간의 치열한 경쟁과 전략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전통의 강자' 삼성페이의 움직임이 최근 분주하다. 80%에 달하는 압도적 오프라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이른바 '굳히기'를 나섰던 삼성페이지만, 최근 수수료 무료화에 이어 네이버페이 등과의 제휴를 확대하는 등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흔들린 결제시장 내 영향력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미래 핵심소비층인 MZ세대 고객을 적극 유입해 시장점유율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에 대한 수수료를 기존과 같이 무료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카드사 전체에 수수료 관련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지 두달 만이다.
삼성페이는 서비스 개시 이래 줄곧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 국내에 상륙한 애플페이가 0.15%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면서도 흥행을 기록하자, 삼성페이 역시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삼성페이 유료화 철회 결정에 대해 카드 업권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료화시 수수료 규모만 약 700억~1000억원으로 예상됐으며,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에 치명타로 작용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높은 수수료 부담에도 카드사들이 삼성페이를 떠날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 삼성페이, 범용성 앞세워 페이 강자 등극
지난 2015년 선보인 삼성페이는 세계 최초로 MST(마그네틱 보안전송)와 NFC(근거리무선통신) 방식을 모두 지원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고객 입장에선 특정 카드사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며, 가맹점주 입장에선 결제 단말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획기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이 같은 범용성에 힘입어 삼성페이의 가맹점은 전국 300만곳을 돌파했다. 국내 이용자수도 올해 2월 말 기준 1600만명, 누적 사용금액은 219조원에 달할 만큼 '국민페이'로 자리매김했다.
성장세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간편결제 이용액 중 휴대폰제조사(삼성페이) 비중은 25.29%로 전년 대비 2.61%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자금융업자(47.93%)와 금융사(26.78%) 비중이 1.75%p, 0.85%p씩 감소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이용건수로 봐도 삼성페이 비중은 30.62%에 달한다. 1년새 2.65%p 성장한 것으로 이 역시 유일한 성장세다.
이에 대해 정광명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페이 성장세는 외부활동 증가로 오프라인 결제액이 빠르게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며 "오프라인 결제액 비중이 온라인 대비 크게 높은 삼성페이의 강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라이벌 애플페이 등장···"전략 수정 불가피"
삼성페이의 순항에 암초가 나타났는데, 휴대폰제조사 라이벌인 애플이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올해 3월 국내에 출시된 애플페이는 확고한 마니아층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세를 넓혔다.
애플페이의 유일한 제휴사 현대카드가 지난 5월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한달간 신규 발급된 카드는 약 35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신규회원 중 20대와 30대 비중이 각 51%, 28%로, 주이용층이 MZ세대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MZ세대는 이용액이 중장년층에 비해 적은 편이나, 미래 핵심소비층이라는 점에서 카드사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한 고객군이다.
MZ세대의 높은 애플페이 선호도에 삼성페이 역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예상했던 유료화를 포기하고 '상생'을 내건 것 역시, 제휴사 이탈을 막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재계약 중단 자체가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제휴에 대한 일종의 견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MZ고객 잡아라"···고객 확대 위해 다양한 시도
현재 삼성페이는 MZ세대 고객 유입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네이버페이와의 제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번 협약으로 삼성페이 이용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또한 양사는 결제와 월렛(Wallet) 부문을 시작으로, 점차 협업 분야를 넓힐 예정이다.
이는 M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부문의 취약성과 플랫폼 경쟁력을 동시에 보완한다는 전략으로, 사용자층이 겹치지 않는 만큼 서로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삼성페이는 또 다른 경쟁사인 카카오페이와의 제휴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유입을 위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10·2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과 교통카드부터 휴가철을 맞아 항공사와도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이종산업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학생증·운전면허증 확인 기능과 영화티켓 보관·쿠폰 선물하기 기능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기능들을 다수 추가하며, 지갑 없는 라이프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다.
연내 마이데이터 서비스 출시를 앞둔 삼성금융계열사의 슈퍼앱 '모니모'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재논의되고 있는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자금융 업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삼성페이의 행보는 금융사가 아닌,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고객 확장에 가깝다는 평가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삼성페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가 주목적인 개방형 결제 플랫폼으로, 금융사업 목적성이 있는 애플페이나 타 카드사와 대비된다"며 "최근 인식과 달리 여전히 삼성페이의 오프라인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여기에 온라인 등으로 범용성을 넓혀 시장 점유율을 넓히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 네이버페이와의 제휴를 뜯어보면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 결제영역이 늘어난 반면, 온라인 영역에서 삼성페이 활용도는 크게 나아질 여지가 없다"며 "결국 제휴 목적은 온라인 결제 확대가 아닌, 네이버페이 이용자 층의 유입이다. 수익성 측면에선 의문이 남지만,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 해당 전략은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