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전쟁/中] 기로에 선 애플페이···'반쪽' 서비스 극복하고 흥행 이어갈까

출시 반년 애플페이, 내년 거래액 1000억원 예상 예상밖 흥행에 현카 호실적 견인···추가 제휴 유력 '반쪽'이란 비판도···"인프라·서비스 확대 노력 필수"

2023-09-13     신민호 기자
(사진=애플)

지불결제 시장내 간편결제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상륙한 애플페이가 MZ세대 고객들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결제시장의 핵심플레이어였던 카드업권 역시 페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페이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사와 핀테크 간의 치열한 경쟁과 전략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국내 출시 반년 차에 접어든 애플페이의 기세가 매섭다.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란 예상을 넘어, MZ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간편결제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흥행에 여타 카드사들 역시 애플페이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결제액 규모가 작고 활용도가 아직 떨어진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흥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애플페이가 초반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에 맞는 현지화 전략과 함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낮은 보급률과 높은 수수료···업계 반응 '글쎄'

애플페이는 글로벌 IT 기업 '애플'이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2014년 미국에서 첫 출시된 이래 전세계 70여개국에서 사용 중이며, 연간 결제액만 약 6조달러(약 79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2위 결제플랫폼이다.

다만 국내 도입은 개인정보법 위반 여부와 단말기 보급 관련 금전지원 등의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난해 심사가 완료되면서 출시 9년 만인 올해 3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이전 애플페이에 대한 업권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낮은 단말기 보급률과 수수료 부담 등으로 출시 초기 애플페이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었다.

애플페이의 결제 방식은 카드를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비자·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 브랜드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국내에선 삼성페이로 대변되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가맹점 280만개 중 NFC 단말기를 갖춘 곳은 6만~7만곳에 불과했다. 또한 NFC 단말기 교체 비용만 건당 15만~20만원 안팎에 달해, 애플페이가 도입되더라도 사용처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약점 때문에 후발주자인 애플페이가 국내 결제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적지않았다. 

높은 수수료율 역시 장벽 중 하나였다. 현재까지 단독 제휴 중인 현대카드와 애플페이간 거래 조건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권은 카드 수수료 수준으로 0.15%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0.03%), 이스라엘(0.05%) 등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높은 수수료 부담은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에 치명적이란 분석이다. 일례로 카드업권은 삼성페이 유료화시 연간 1000억원대의 수수료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이는 무료화 노선을 유지 중인 삼성페이와 대비돼, 카드사 입장에선 굳이 애플페이에 합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카드사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보였고, 애플페이는 사실상 현대카드와 독점계약 형태로 국내에 상륙했다.

◇예상 넘은 흥행···현대카드 호실적에 분위기 반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애플페이의 흥행은 업권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3주 만에 신규 등록 토큰(결제수단 등록시 발행하는 고유번호)수가 200만건을 돌파했다. 아울러 출시 한달간 신규 발급된 카드는 35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13만8000장) 대비 3배 가량 늘었고, 매월 신규 고객이 10만명 이상 유입되는 성과를 거뒀다.

정태영

현재 카드업권 화두로 꼽히는 MZ세대 고객이 대거 유입됐다는 점도 호재였다. 지난 4월 말 기준 현대카드 신규회원을 살펴보면 2030세대 비중이 80%(20대 51%·30대 28%)에 육박했다. 높은 글로벌 범용성에 해외결제 비중도 9.4%까지 확대됐다.

이런 흥행에 힘입어 현대카드는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특히 전체 카드사 상반기 순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8%나 감소한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순이익 성장을 기록했다.

애플페이를 등에 업고 현대카드가 불황 속에 호실적을 내면서 여타 카드사들 역시 애플페이 제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 금융지주 소속 카드 3사가 애플에 제휴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3사의 도입이 가시화되면 롯데·하나·비씨카드 역시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삼성 계열사인 삼성카드를 제외한 국내 카드업권이 애플페이와 손잡게 되는 셈이다.

애플페이의 성장세는 티머니를 통한 교통카드 서비스 도입과 NFC 단말기 보급 확대 등에 따라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내년 애플페이의 일평균 이용액이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역시 15%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쪽의 흥행···서비스·제휴처 확대 관건

반면 애플페이의 흥행이 '반쪽'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어난 신규 회원만큼 이용액이 늘지 않아서다.

올해 상반기 말 현대카드의 전체 회원수는 1179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이는 전체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로, 카드사 평균 증가율(4.5%)를 두배 가량 웃돈다. 개인 신용·체크카드 누적 이용액(카드론·현금서비스 제외)도 57조2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나 증가했다.

하지만 해당 증가세는 증가율 기준 1위인 하나카드(20.4%)에 크게 못미치며, 2·4위인 롯데카드(12.8%)와 우리카드(12.3%)와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전반의 이용액이 엔데믹 효과로 급증했음을 감안하면, 신규회원 증가세에 비해 이용액 증가폭이 적다는 평가다. 

이는 신규 회원 중 구매력이 낮은 MZ세대의 비중이 높다보니,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 역시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인데, 애플페이가 가장 많이 사용된 가맹점은 소액결제가 주를 이루는 편의점 GS25(25%)로 조사됐다.

(사진=현대카드)

금융서비스 측면에서 할부서비스 기능 등이 미비한 것도 약점을 꼽힌다. 애플페이가 할부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소액결제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는 구조다. 현재 현대카드와 공식 제휴된 코스트코 등 일부 매장에선 오프라인 할부 결제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오프라인 가맹점과 온라인 가맹점에선 일시불로만 결제할 수 있다.

이에 애플은 최근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인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를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6주 간 4회에 걸쳐 결제대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50~1000달러 내외의 대출을 수수료와 이자 없이 신청할 수도 있다. 

다만 해당 서비스를 비롯한 선불통장 등의 서비스는 미국 내에서만 제공되고 있다. 해당 서비스의 국내 도입 여부가 미지수라는 점에서, 불어난 신규회원 다수가 이탈하거나 애플페이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16년 애플페이를 도입한 중국의 경우 QR코드를 사용하는 알리·위챗페이에 밀려 NFC 단말기 보급 자체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또한 아이폰 점유율이 과반인 일본에서조차 페이페이와 라인페이 등에 밀려 8위권에 머물고 있다.

결국 애플페이가 국내에서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지화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휴처를 확대해 NFC 단말기 보급률을 높이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아이폰 유저의 높은 충성도에 애플페이가 흥행하고 있지만, 결국 지불결제 서비스는 인프라 싸움"이라며 "여러 카드사와 제휴하고 선불통장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해야 한다. 현재 수준의 인프라와 서비스로는 애플페이가 지금의 흥행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