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애플을 사랑하는 이 땅의 청년들에 드리는 苦言
스마트폰의 원조가 어디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당연히 애플 아이폰 아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2007년 애플이 세계 최초로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팩트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개념과 설계를 먼저 했던 곳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다.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미 2001년 ‘내 손 안에서 세상을 본다’는 아이디어로 초기 PDA폰 형태의 스마트폰 샘플을 제작했다. 이 전 부회장은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만나 윈도CE 운영체제(OS)로 모바일OS를 만들어 함께 스마트폰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한다. 2006년엔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를 직접 만나 공개 OS 기반의 스마트폰 사업을 제안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눈치 챈 애플은 자체 iOS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먼저 세상에 내놨다.
최근 젊은층, 이른바 1980년 이후 태어난 MZ세대는 애플의 새 아이폰을 사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설 정도로 아이폰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특히 10~20대 청소년과 청년들에겐 아이폰이 필수품이 됐다. 10대들은 아이폰이 없으면 또래 집단에서 이른바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라는 이유로 너도나도 아이폰 사달라고 부모를 조른다고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실시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18~29세의 아이폰 이용률은 65%로 지난해(52%)에 비해 13%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갤럭시 이용률은 32%로 작년(44%)보다 12%포인트 감소했다. 30대는 갤럭시 56%, 아이폰 41%였고 40대는 갤럭시 78%, 아이폰 18%였다. 50대는 갤럭시 86%, 아이폰 6%였고 60대는 갤럭시 85%, 아이폰 4%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약 20%로 1위, 애플이 약 15%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100만원 이상의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이 65%, 삼성전자가 30%에 그친다.
고1인 필자의 아들도 최신 아이폰을 쓴다. 아들에게 왜 아이폰이 좋냐고 묻자 “있어 보이잖아”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렇다. MZ세대가 아이폰을 사랑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왠지 있어 보인다는 게 상당한 이유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직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10대들은 그렇다고 쳐도, 20~40대의 애플홀릭, 시쳇말로 ‘애플빠’ 청년들에게 겁 없는 고언(苦言) 한마디 하고 싶다. 50대인 필자를 ‘꼰대’라고 해도 상관없다. 세계화 시대에 정신 나간 ‘국수주의자’라고 해도 괜찮다.
애플은 국내 지사를 두고 있지만, 생산은 모두 대만 폭스콘에 맡기고 있어 국내에서 직접적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게 매우 적다. 젊은 여러분이 애플 제품을 많이 산다고 해서 정작 여러분에게 돌아가는 일자리는 없다는 얘기다.
애플코리아는 2021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약 8조원을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애플코리아가 다음해 낸 법인세는 매출의 0.9%인 630억원 남짓이었다. 애플이 다른 나라에서 낸 법인세의 매출 대비 평균 비중은 4%였다. 우리나라에선 유독 적다. 본사에서 가져오는 제품의 매출원가를 부풀려 영업이익을 낮추는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했다는 지적은 이제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애플코리아가 기부금 등 우리 사회에 공헌하는 기여도 역시 매우 미흡하다.
일자리 창출도, 세금납부도, 사회 공헌도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 제품을 그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100만원 이상의 고액을 지불하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부디 합리적 소비를 하라고 말하는 건 억지일까.
그렇다고 국산인 삼성전자 제품을 사야 한다는 얘기는 결단코 아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고, 특히 미국은 자국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자국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노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적어도 자신의 앞날에 무엇이 더 합당한 것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 소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외산과 국산, 외국기업과 토종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서 얘기하더라도,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 지역 국가에 전혀 기여하는 게 없는 기업의 ‘상도의’(商道義)는 적어도 따져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산업1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