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리스크에 '긴축 장기화' 공포 확산···대출금리 8% 뚫을까

국제 유가 4% 넘게 급등···인플레이션 우려 확대 인플레 압력 가중시 연준 긴축기조 강화 불가피 주담대 최고금리 7% 돌파···영끌족 이자부담 가중

2023-10-10     김현경 기자
팔레스타인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확산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에 따른 글로벌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긴축 장기화로 시장금리가 더 뛸 경우 이미 연 7%를 돌파한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8%대까지 치솟을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올해 초 주담대 금리가 최고 연 8%를 돌파하자 은행들이 인위적 조정을 통해 금리를 낮춘 바 있는데, 같은 상황이 재현될지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국제유가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무력충돌이 중동전쟁으로 확전되거나 일부 중동국가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로 이어진다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미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59달러(4.34%) 급등한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로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지표다. 앞서 WTI 가격은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한 바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마스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서방의 대(對)이란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제재로) 이란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200만배럴 감소한다면 원유 재고는 6000만배럴 줄어들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지역의) 대규모 교전 지속은 달러와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단기적으로 고금리 및 강달러 지속 우려로 금리 안정화에 의한 안도랠리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경우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꾸준히 금리를 인상해왔다. Fed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목표치는 2% 수준으로, 지난달 발표된 8월 CPI 상승률은 3.7%(전년 동월 대비)였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는 글로벌 채권금리의 지표가 되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불러온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8%를 넘어서며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도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란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는 한국 국채금리와 금융채 금리도 함께 뛰었다. 특히, 주담대 변동금리, 신용대출 금리 등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는 이달 4일 4.043%, 5일 4.039%, 6일 4.026%로 올해 1월 6일(4.055%)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담대 고정(혼합)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도 이달 4일 4.795%로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후 5일 4.751%, 6일 4.66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크게 뛰어 이자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코픽스 6개월·금융채 6개월)는 연 4.24~7.153%다. 앞서 연 5~6%를 유지하던 최고금리는 지난달 말 7%를 돌파한 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3.94~6.618%로, 고정금리 상단도 연 7%를 향해 오르고 있다.

올해 초에 있었던 대출금리 일괄인하 등 추가 상생방안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들이 자금확보를 위해 내놓은 연 4~5%대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재예치를 위한 수신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수신경쟁은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대외적 변수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르는 데다 수신금리도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대출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발표했던 취약차주에 대한 상생안을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것 외에 추가적인 대출금리 인하 조짐은 없다"면서 "오히려 지난해의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은행들이 무리하게 고금리 특판을 내진 않더라도 예금을 재예치하기 위한 수신경쟁이 불가피해, 당분간 대출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