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종호, R&D 예산삭감 비판에 "부모 자식 간 용돈 줄여도 문제 생겨"
민형배 의원 "R&D 예산 삭감에 과학기술 업계 난장판···장관 책임 져야" 이종호 "윤 대통령, 카르텔 언급한 적 없어···불법적 카르텔은 명확히 존재" 떠나는 후배 연구자에 "각자의 목표와 생각 있을 것···R&D 이슈와 관련 없어"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1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국가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문제를 두고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정감사 인사말을 통해 "R&D 나눠 먹기, 소액·단기 과제 뿌려주기, 주인이 있는 R&D 기획 등 R&D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R&D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R&D 예산 배분 전면 재검토 지시 이후 내년 R&D 예산을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대비 5조2000억원(16.6%) 삭감된 것으로, 지난 1991년 이후 약 33년 만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없어지거나 통합된 세부 사업이 과기정통부에서만 7건"이라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R&D 예산이 삭감되며 과학기술 업계가 난장판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R&D 카르텔의 실체가 무엇이고, 삭감된 R&D 자금 확충 방안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라고 물으며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R&D 예산을 삭감한 사태에 대해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부모 자식 간에도 용돈 좀 줄이면 그게 아무리 정당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민 의원이 "(R&D 예산은) 용돈에 비유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물론 훨씬 더 깊이가 있는 일이란 것은 이해한다"고 했다.
허숙정 민주당 의원 역시 윤 대통령이 척결해야 한다 언급한 'R&D 카르텔'의 사례를 찾았는지, 이번 삭감 대상 모두 카르텔이라 보면지 카르텔의 정의를 소명해달라고 질의했다.
이 장관은 "운 대통령은 카르텔을 직접 언급한 적이 없고, 'R&D 나눠먹기 근절'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확률적으로 봤을 때 1:1 경쟁률로 선정된 과제는 '주인 있는 R&D 기획'으로 볼 수 있다. 불법적인 상황이 있고, 그런 부분은 명확히 카르텔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D 예산 삭감 이후 수많은 후배 연구자들이 떠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그는 "연구기관을 떠나가는 사람들이 지금 이슈와 관계 있는 것 같지 않다"며 "떠나가는 사람들은 각자의 목표와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이에 허숙정 의원이 "후배 과학자들이 떠나는 이유를 개인 사정으로 단정한다"고 지적하자, "진심으로 좋은 (연구)시스템을 만들어줘 미래에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장관은 삭감된 예산을 국회가 복원하는 것을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박완주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질의에는 처음 대답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박 의원의 질타가 이어지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이제는 국회 차례인 만큼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우선 순위를 두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민생도, 경제도 퇴행하고 있는 상황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의 미래가 멈추게 되는 R&D 예산마저 깎은 걸 보면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과기부는 우리 사회 안전을 제고하는 연구사업을 최우선 발굴·추진하겠다며 다중밀집도 관련 기술 개발 공모 사업 추진을 밝혔지만, 전체 사업 중 공모된 7건 중 한 건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145억원 국민 혈세로 공모하는 사업이 회의록조차 없다. 이거야 말로 윤 정부가 얘기하는 '나눠먹기식 카르텔'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과기정통부 발표 후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전국 100여곳에 인파 관리시스템을 만들어 보급·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공모 과제 우선순위가 떨어지게 됐다"며 "향후에는 회의록 작성 등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