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硏 "내년 경제성장률 2.1% 전망···3고 현상 점차 완화"
'2024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글로벌 통화긴축이 종료되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조업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내년도 경제성장은 올해 추정 성장치(1.3%)보다 개선된 2.1%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2일 내년 글로벌 및 국내 경제, 금리와 환율 등 금융시장을 전망하는 '2024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내년 중 글로벌 통화긴축이 종료될 것으로 봤다. 다만 펜데믹 이후 나타난 구조적 변화로 물가·금리·환율의 수준 자체는 과거와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 또한 수출 모멘텀 약화, 해외투자 증가 등의 요인으로 새로운 레벨을 형성할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추정한 올해 성장률은 1.3%였다. 국내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 등으로 성장세가 제한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개선된 2.1% 성장을 예상했다. 여기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추세 및 주요국 금리인상 기조 종료, 제조업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 뒷받침됐다.
민간소비는 경기 회복·금융여건 완화에 따른 소비 심리 개선과 물가안정에 따른 실질소득 개선 등으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억눌렸던 수요가 살아나는 '펜트 업(pent-up effect) 효과'가 약화되고, 고용·임금 증가세 둔화,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등 제약요인으로 내년엔 2.2%(2023년 2.0% 추정)로 완만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올해 부동산 경기 둔화로 선행지표가 부진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2023년 0.2%, 2024년 -0.3%)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투자 확대, 비 정보기술(IT) 부문의 차세대 기술 선제 투자 등으로 개선 흐름을 보이며 올해 -1.7%에서 내년 3.0%로 상승 전환할 것으로 봤다.
수출(통관 기준)의 경우 글로벌 재화 및 제조업 수요 회복, 단가 상승 및 IT 수요 증가로 올해 -8.0%에서 내년 8.2%로 플러스 전환을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2.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원자재 수급불안 속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으로 둔화 경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24년 국내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올해 큰 폭의 둔화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감안할 때 성장 모멘텀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물가 위험 잔존 및 가계부채 부담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 수준(3.5%)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수준이 2%대로 안정화되는 내년 하반기 중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전환을 확인한 후 후행적으로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금리는 미국 정책금리 고점 인식이 확산되고 긴축으로 인한 미국의 성장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연중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고3년(평균)을 기준으로 내년 상반기 3.70%, 하반기 3.33%를 제시했다.
윤석진 연구원은 "2024년 이후 물가 압력 완화 및 국내외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시장금리는 상고하저 흐름이 예상된다"며 "정기예금 재유치 경쟁 및 정부의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에 따른 순발행 증가 우려 등은 금리 하락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내년 주택시장은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가계부채 부담이 크고, DSR규제로 가계의 차입여력도 낮은 상황인 만큼 주택 가격은 2023년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의 규제 수준이 거의 유사하고 가격의 재 하락 우려에 우량자산 선호가 높아지면서 수도권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봤다.
하서진 수석연구원은 "2~3년 후 공급부족 우려가 심화되며 가격 상승여력이 큰 수도권으로 매수세가 집중될 것"이라면서 "정책 모기지가 축소되고 대출 상환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매수세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