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경영연구소 "슈퍼 엘니뇨 가능성···슈거플레이션 우려 커"
'다시 시작된 엘니뇨, 뜨거워지는 지구' 보고서 발간 농축수산업 직접접 피해···해운·냉동창고업 수혜 예상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KB금융그룹 산하 KB금융경영연구소는 18일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슈퍼 엘니뇨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로 인해 원두와 원당 가격이 상승하면 빵, 과자, 음료수 등 설탕을 사용하는 식품가격이 상승하는 '슈퍼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KB경영연구소는 이날 최근 발생하고 있는 '엘니뇨 현상'의 파급효과를 진단한 '다시 시작된 엘니뇨, 뜨거워지는 지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엘니뇨 현상이란 적도부근 태평양 해역에서 무역풍이 잦아들면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17.1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지구 온난화 위기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엘니뇨 현상은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엘니뇨 시기에는 곡물가격 변동성이 역대 평균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원두, 원당 등은 엘니뇨가 강하게 발생할수록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다.
특히, 엘니뇨 영향을 크게 받는 원당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데, 실제 지난 2015~2016년 슈퍼 엘니뇨 시기 원당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 설탕 가격이 급등해 물가가 상승하는 슈거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미 세계 3대 설탕 수출국인 인도는 올해 엘니뇨의 영향으로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 설탕 수출 금지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 이변은 자연재해에 취약한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 1차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엘니뇨 영향으로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 겨울 의류와 방한용품 판매 부진으로 의류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 엘니료로 인한 이상 기후는 산업인프라시설 수명 단축, 노동자들의 작업 능률 저하, 보험 보상액 증가 등의 간접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해운업(드라이벌크), 냉동 창고업, 친환경 산업 등은 엘니뇨로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이다. 엘니뇨 시기 글로벌 곡물 수송량이 증가하면서 곡류, 목재 등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선창에 싣는 화물인 드라이벌크 해운시황 운임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온다습한 겨울 날씨로 작물이 부패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냉동창고 등의 특수창고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KB경영연구소는 또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내년에는 태평양 동쪽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되는 '라니냐 현상'이 발생, 추운 날씨와 폭설이 이어지고 이에 따라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지구의 항상성 유지 체계가 무너질 수 있고 더 큰 기후위기가 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며 "기후변화가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기후 변화에 따른 경기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를 체계화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선제적 지원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