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연고점대비 반토막···시총 150조원 줄어

중국산 배터리 강세로 실적 둔화···"2025년 변곡점 전망"

2023-10-24     박시형 기자
신형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줄 알았던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가 연중 고점 대비 반토막났다. 이 때문에 주요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총 150조원 가까이 줄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종가 기준 연중 고점이었던 지난 7월 25일 59만8000원에 거래된 뒤 하락 곡선을 그렸고, 이날 30만5000원으로 장을 마쳐 49.00% 하락했다. 같은 기간 POSCO홀딩스도 65만8000원에서 47만4000원으로 27.96% 떨어졌다.

삼성SDI는 지난 3월 7일 79만3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이날까지 39.47% 하락해 48만원에 거래됐고,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6월 12일 61만2000원에서 이날 26.72% 떨어진 44만8500원으로 마감했다.

결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SK온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7월 31일 21만2544원(수정주가)에서 이날 14만1000원으로 33.66% 내렸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105조2414억원 줄었다.

코스닥 이차전지 종목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광풍을 불러왔던 에코프로의 경우 지난 7월 25일 129만3000원에 거래되며 황제주로 불렸으나 3개월이 지난 이날 현재 41.84%나 하락한 73만원에 거래됐다. 에코프로비엠은 7월 25일 대비 49.46%(46만2000원→23만3500원), 엘앤에프는 4월 19일 대비 53.00%(33만7000원→15만8400원)나 떨어졌다. 세 종목 합산 43조2270억원이 사라졌다.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은 증권가 전망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371억원으로 전망치인 669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에코프로비엠은 연결 기준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7.6% 감소한 459억원에 그쳤으며, 지주사 격인 에코프로도 전년동기대비 68.9% 축소된 656억6100만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각각 939억원, 1390억원을 예상했었다.

그나마 LG에너지솔루션과 POSCO홀딩스 등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익 전망치는 6751억원이었는데 잠정실적은 7312억원으로 발표됐고, POSCO홀딩스 역시 예상치 1조1802억원을 소폭 넘는 1조2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내놨다.

이차전지 업체들의 실적 둔화는 중국산 배터리의 성장세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유럽의 전기차(BEV) 판매량은 19만4000대로 전년동기 대비 103.2% 늘어나며 수요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2020년 15%에서 올해 상반기 누적 39%로 빠르게 높아진 반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68%에서 58%로 하락했다.

특히 유럽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테슬라 모델3와 Y에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채택되면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엔트리 모델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LFP 배터리 채택을 본격화, 중국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산 배터리의 진입이 어렵지만 정작 전기차의 침투율이 10% 미만에 그쳐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전문가들은 2025년 이후 이차전지 시장의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의 불확실성,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 미국 바이든 정권 교체 가능성 등으로 큰 폭의 조정이 발생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2024~2025년 실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원계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유럽 신생 배터리 기업들의 정상 가동률을 가정한 2025년 유럽 배터리 생산규모는 431기가와트시(GWh)로 추정된다"며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이들의 생산규모 대비 실질 양산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권역내 공급 여력을 갖춘 소재 기업들의 상대적 부재가 국내 관련 기업들의 협상력 우위로 전이될 것"이리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