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2.4조↑···KB·우리·농협 이어 신한도 금리 인상

지난 26일 가계대출잔액 684조8018억원···2년 만에 최대 증가폭 주담대 2조2504억원↑···신용대출 5307억원↑ '한 달 만에 반등' 신한, 내달 1일부터 금리↑···당국 '스트레스 금리 적용 DSR' 검토

2023-10-29     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역대급' 가계빚 폭증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50년 만기대출 상품과 특례보금자리론을 폐지하거나 축소했지만, 여전히 5대 은행 가계대출이 늘면서 주요 은행들이 잇달아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4조8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682조3294억원) 만에 2조472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21년 10월(3조4380억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517조8588억원에서 520조1093억원으로, 2조2504억원 늘었다. 신용대출도 107조3409억원에서 107조8717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달엔 1조762억원 줄었지만, 이달에는 5307억원 불었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여지 않으면서 시중은행들이 시장금리 급등기임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가계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인상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중 신규코픽스·신잔액코픽스(6개월 주기) 기준 변동금리의 가산금리가 0.05%포인트(p) 오르고,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가운데 지표 금리가 1년물 이하인 상품의 가산금리도 0.05%p 상향 조정된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은 이달 1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p 올렸다. 이어 우리은행도 13일부터 같은 상품군의 금리를 최대 0.3%p 높였고, NH농협은행은 17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3%p 축소했다.

문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은행 자금조달 경쟁에다 가계대출 억제 압박으로 인한 추가 인상까지 겹치면서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폭은 지표금리인 은행채나 코픽스 상승폭을 웃돌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360∼6.760% 수준이다. 약 한 달 전인 9월 22일(연 3.900∼6.490%)과 비교해 하단이 0.460%포인트(p) 뛰면서 4%대를 돌파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0.268%p·4.471→4.739%)보다 0.192%p나 높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4.570∼7.173%)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 0.300%p, 0.074%p 높아졌다. 변동금리 하단 상승 폭(+0.300%p) 역시 주요 지표금리 코픽스(COFIX·+0.160%p)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금융당국 역시 대출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트레스 금리 적용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연내 도입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DSR은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인데, 산정 과정에서 향후 금리 인상 위험 등을 반영해 실제 대출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까지 더한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 대출 한도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25일 열린 금융감독원과 10개 은행 자금 담당 부행장 간 '은행자금 운용·조달 현황 점검 회의'에서 "스트레스 DSR 도입을 준비 중으로, 은행별로 사전에 관련 내규와 전산 시스템 등을 갖춰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