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연임 유력···반도체 불황 속 빠르게 실적개선

글로벌 경기침체 속 고부가가치 집중으로 3Q 반등 계기 마련 M&A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로 매출·영업익 빠른 정상화 목표 SK ICT 패밀리 맏형, SK텔레콤·SK스퀘어와 시너지 창출 주력

2023-11-07     여용준 기자
박정호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연말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주요 그룹사 고위 임원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국내 주요 그룹사 가운데 카카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4명의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상반기로 만료된다. 여기에는 SK그룹의 ICT·경영 전문가인 박정호 부회장도 포함돼 있다. 

최근 글로벌 헤드헌팅 그룹 유니코써치는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이사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SK그룹은 104명의 사내이사가 내년 7월 1일 이전에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박정호 SK하이닉스 각자대표 부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박정호 부회장은 SK하이닉스 각자대표 부회장과 SK스퀘어 부회장 등 중책을 맡고 있어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박 부회장을 포함한 부회장단 4인을 모두 유임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 여파로 적자 전환하는 등 위기를 거쳤으나, 비교적 이른 시간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박 부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 부회장은 1989년 선경(현 SK)에 입사해 SK텔레콤과 SK C&C 등 SK그룹의 ICT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2018년 SK텔레콤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보안회사인 ADT캡스(현 SK쉴더스)를 인수해 융합보안 분야를 개척하기도 했다. 

경영 전문가로 잘 알려진 박 부회장은 인수·합병과 신사업 발굴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SK텔레콤이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사업개발부문장으로 참여해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 대표를 맡으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DR5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 집중해 올해 초 적자전환한 D램 부문을 단기간에 흑자로 돌렸다. 증권가에서는 낸드 사업도 개선세가 이어지는 만큼 곧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회장은 2021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은 후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 이어지면서 태블릿과 노트북 등의 판매가 늘어난 만큼 이에 대응해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은 43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2조4100억원으로 2019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거뒀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와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다. 하지만 D램 사업은 3개 분기만에 흑자 전환했고, 낸드플래시도 빠르게 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박 부회장의 유임은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흑자 전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가치가 경기침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박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스퀘어 등이 연합한 SK ICT 패밀리의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최하면서 ICT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초거대 AI와 자율주행, 전기차 등 신사업에 대한 시장 동향이 급변하고 고객사의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박 부 회장은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SK그룹의 부회장단 가운데서도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며 "SK하이닉스가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전환점을 마련한 만큼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