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갈등 확대···남은 것은 尹 거부권 행사?
경제계 "산업현장 혼란 야기···대통령 거부권 행사해달라" 노동계 "거부권 행사는 국회 입법권 침해···반헌법적 행위" 尹, 취임 후 1년 새 거부권 2회···추가 거부권 행사 부담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경제 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문을 발표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해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확산시킬 것"이라며 "개정안은 원청업체에 대한 쟁의행위를 정당화시키고 노조의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해 우리 기업과 경제를 무너뜨리는 악법이며, 가장 큰 피해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법안이 가져올 경제적 위기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남지 않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노동계에서도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노란봉투법에 대해 '국회에서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노조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처리를 철회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한 것은 거부권 행사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또 "만약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법적인 절차로 본회의에 상정됐다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회의 입법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태로서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추 부총리는 국회 본회의 하루 전날인 8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상정·처리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제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공은 윤 대통령의 손으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양곡법과 간호법 개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만약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30년 동안 두 번째로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된다.
지난 30년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6회)이며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여만에 이미 두 번의 거부권을 행사해 박근혜 전 대통령(2회)과 같은 수준이 됐다.
경제계와 노동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노란봉투법뿐 아니라 방송3법도 통과된 만큼 동시에 2개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방송3법 개정안은 각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9일 노란봉투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근 야당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만큼 두 법안 모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심도 거부하고, 국민도 거부하고, 국회도 거부하고, 거부권도 남발하고, 청문보고서 채택도 안 된 인사들을 마구 임명하는 거부 정치를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도 "'합법파업 보장법'과 '언론 독립성 보장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낼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야당의 법안에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노란봉투법은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손경식 회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야권인사들을 만나 다시 한 번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언론에도 지속적으로 호소할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15일부터 자동차협회와 건설협회 등 업종별 단체가 개별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